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상하이방(上海幇)의 돌격대장으로 불리는 천량위(陳良宇ㆍ60ㆍ사진) 상하이시 당 서기가 비리 혐의로 해임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_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체제에 반감을 드러내왔던 천 서기의 축출은 상하이방이 급속히 위축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25일 “공산당 정치국은 24일 회의를 열어 천 동지에 관한 당 기율위 보고서를 심의했다”며 “천 동지와 상하이시 사회보장국은 법규를 위반해 사회보장기금을 사용했고,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법규를 위반하는 한편 직무상의 권한을 부당하게 이용해 친척들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천 서기가 상하이 당 서기에서 해임되고 당 정치국 위원직을 정지 당했다고 전했다.
천 서기는 당 기율위가 올 상반기 100여명의 조사 인력을 상하이시로 파견, 사회보장기금 특혜 대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기율위는 2002년 상하이시 사회보장기금 중 34억 5,000만위안(3,900억원)을 신생 투자회사인 푸시(福禧)에 대출한 사건을 조사해왔다. 대출금으로 상하이_항저오(杭州)간 고속도로 30년 운영권 등을 따내면서 일약 중국 부호 랭킹 39위로 떠오른 장롱쿤(張榮坤ㆍ38) 푸시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거미줄 로비에 사정의 칼을 댄 것이다.
천 서기의 비서 출신인 친위(秦裕) 상하이 바오산(寶山)구 구청장과 주쥔이(祝均一) 시 사회보장국장 등은 장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천 서기도 기율위의 직접 조사를 받았다.
장 회장은 상하이 당 서기를 지냈던 당 서열 6위 황쥐(黃菊ㆍ68) 부총리의 부인 위후이원(余慧文)이 회장인 상하이 자선기금회의 후원자이며, 황 부총리의 동생인 황시와도 부동산사업을 같이 했다. 장롱쿤은 황 부총리 인맥과 화동사범대 동창인 친위 구청장을 고리로 한 천 서기 인맥을 활용, 엄청난 자금을 대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천 서기가 법정에 설 가능성도 있다. 또 상하이방의 좌장으로 암 투병 중인 황쥐 부총리가 연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정(韓正) 상하이시장, 장더장(張德江)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 상하이방의 거취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후진타오 체제에 대한 불만을 서슴없이 드러내왔던 천 서기의 정치성향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상하이에서만 공직생활을 하고 상하이방의 적자를 자처하는 천 서기는 2004년 경제문제를 놓고 원자바오 총리와 언쟁을 벌이면서 탁자를 치는 등 공격적 입장을 취해 지난해부터 교체설이 나돌았다. 그래서 이번 수사는 표적 사정의 성격도 지닌다.
후임 상하이 당 서기에는 후 주석의 직계라 할 수 있는 공청단 출신의 5세대 지도자중의 한명인 리커창(李克强ㆍ51) 랴오닝(遼寧)성 당 서기, 류옌둥(劉延東) 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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