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5일 공판중심주의를 전격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에 대한 ‘꼬투리 잡기’식 대응이 아니라 사건 본질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검찰은 이 대법원장의 표현을 문제 삼아 유감을 표명했을 뿐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법원의 계획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대법원장의 파문 직후 나온 것이어서 너무 즉각적인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판중심주의 시행을 놓고 법원과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이 대법원장의 표현으로 촉발된 ‘법조 3륜(輪)’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순간을 벗어난 듯하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에게 거듭 자제를 당부한 데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도 26일로 예정된 이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을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 총장은 25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일을 검찰의 반성과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진작 예정돼 있던 저의 광주 지역 순시와 대법원장의 말씀 사태가 겹쳐 얼마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느냐”며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검찰로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대법원장 탄핵 등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던 변협도 한발 물러섰다. 변협은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상임이사회를 열어 26일 이 대법원장의 발언 내용을 지켜본 뒤 오후 6시에 다시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하창우 변협 공보이사는 “26일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 수위를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 이사는 지난 주에 비해 격앙된 분위기가 약간 누그러진 것 같다고 전했다. 변협은 대법원장 외에 판사들이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대응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방 법원을 순시했던 이 대법원장은 26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을 방문, 훈시를 통해 검찰과 변호사단체에 진의가 잘못 전달됐음을 해명함과 동시에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선 판ㆍ검사들의 ‘국지전’은 계속되고 있다. 천안지청 박철우(사법시험 40회)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띄워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에 은연중 퍼져 있는 우월감을 표출한 것”이라며 “법원이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형사처벌을 허용하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권력 집단으로 비쳐져 보기 민망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신용석(사시 30회) 제천지원장은 법원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대법원장의 발언은 법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평소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며 이 대법원장을 옹호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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