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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색상 대전 "레드 vs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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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색상 대전 "레드 vs 화이트"

입력
2006.09.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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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천하인가, 컬러혁명인가.

가전 제품 디자인이 양극화로 치달으며 소비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국산 가전업체들은 다양한 컬러와 화려한 디자인을 총동원하고 있는 반면, 외산업체들은 전통적 백색을 고수하며 디자인보다는 기능성에 주력하고 있다.

'백색 탈출'을 선언한 곳은 국내 업체들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중순 주방 가전 제품 디자인에 순수 예술을 접목시킨 '아트 디오스'의 첫 시리즈로, '꽃의 화가' 하상림씨의 작품을 냉장고 전면에 적용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아트 디오스는 강렬한 와인색 바탕에 스와롭스키 크리스털을 표면 유리 밑에 특수공법으로 새김으로써, 보석을 수놓은 듯한 화려함의 극치를 연출하고 있다.

LG전자는 앞으로 양문형 냉장고에 이어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광파오븐 등에도 아트 디오스 개념을 확대 적용키로 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말 '앙드레 김'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세탁기를 내놓았는데, 자주색 바탕에 꽃과 나비 문양 등을 넣어 한국 전통의 우아함과 서양 황실의 화려함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대우전자가 최근 발표한 2007년 '클라쎄' 김치 냉장고 역시 첼로의 수직분할을 형상화해 적색과 블랙의 강렬한 컬러 대비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메이저 업체들은 여전히 백색이 대세다.

GE 가전제품을 국내에 공식 수입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이름부터 백색가전㈜다. 실제로 GE는 냉장고 가스레인지 오븐 식기세척기 등 대부분 가전제품들이 흰색이나 상아색이다.

백색가전 관계자는 "길면 30년이 넘게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무엇보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며 "특히 어느 공간에서나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백색이 가장 무난하다"고 밝혔다.

107년 전통의 독일 명품가전인 밀레도 일부 빌트인 모델과 청소기를 제외하면 모든 제품이 흰색이다. 제품의 색깔과 라인만 봐도 한 눈에 밀레 제품임을 알 수 있게, 백색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밀레 드럼세탁기나 식기세척기의 외형은 50~60년 전에 출시한 모델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밀레의 안드레아스 엔슬린 디자인센터장은 "패션 보다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세련된 외관과 본래의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밀레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적 시장에서 보면 이렇듯 가전시장은 여전히 '백색천하'다. 하지만 국내는 컬러시대로 이미 넘어간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아직은 백색 가전이 많은 편이지만 점차 컬러 가전 제품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고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컬러 가전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발(發) 컬러혁명이 글로벌 가전시장을 바꿔 나갈지, 아니면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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