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회고록 폭탄’이 터졌다.
9ㆍ11 테러 직후 리처드 아미티지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이 파키스탄을 폭격해 “석기시대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고 지난 주 폭로했던 그는 이번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369명의 알 카에다 용의자를 넘겨 준 대가로 파키스탄에 수백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25일 무샤라프 대통령의 회고록 ‘사선(射線)에서(사진)’ 연재 첫 회를 시작하며 이 같이 보도했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면서 “그런 대가는 연방수사국(FBI) 1급 수배자 명단에 있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준 개인에게 지불하는 것이지, 한 국가에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무샤라프에 따르면 미국에 넘어간 용의자 중에는 9ㆍ11 테러를 구상한 칼리드 셰이크 모함메드도 있었으며, 그는 2002년 동유럽 국가의 여객기를 납치해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부딪치게 하는 테러 계획도 세웠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또 2002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대니얼 펄 기자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테러리스트 오마르 셰이크는 한때 영국 해외정보기관 MI6의 정보원이기도 했다.
무샤라프는 9ㆍ11 테러 이후 파키스탄이 체포한 테러 용의자의 수가 689명이나 된다면서, 알 카에다와의 전투에서 파키스탄의 기여도가 낮다는 미국의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오히려 9ㆍ11 테러 이후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계속했다고 비난했다. 미군이 파키스탄 영토에서 허가 없이 마음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해달라거나 파키스탄 내의 반미 여론을 잠재우라는 ‘우스운 요구’까지 했다는 것이다.
무샤라프는 너무 화가 나 미국을 지원하지 않고 미국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지 ‘워 게임’을 해 보라고 지시했으나 결과는 ‘노(No)’로 나타났다. 결국 파키스탄의 국익을 위해 미국 편에 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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