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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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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은 없다?

입력
2006.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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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줄만 알았지 고기의 부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나는 한때 '갈매기살'이라는 말이 수상하기만 했었다. '바다 이야기'를 횟집으로 알았다는 사람들처럼, 갈매기살을 판다고 써 붙인 식당 간판을 처음 보았을 때는 '이제는 갈매기까지 다 잡아 먹는단 말인가' 싶어 불쾌하기까지 했었다.

● 두바이에서 느꼈던 전율

중국요리에서 고기를 말하는 '러우(肉)'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것은 돼지고기를 말한다. 멧돼지를 가축으로 길러, 제일 먼저 먹기 시작한 곳도 중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돼지고기 가운데 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은 하육(下肉)에 속한다. 갈매기살이나 돼지의 목덜미 뒷부분인 항정살과 비교하면 값도 싸다.

모양새 없이 살이 디룩디룩 찐 사람을 두고 삼겹살이라고 비하해 부른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래된 김치와 함께 먹는 요리법이 개발되어 '뜨는 식품'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삼겹살이다.

아침부터 무슨 돼지고기 타령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다른 뜻에서가 아니다. 최근 노사모 회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삼겹살 파티를 하려 했으나 노사모가 이를 거절했다는 대통령 주변의 소식을 들으며, 왜 하필이면 삼겹살이었을까 하릴없는 생각을 해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지자들과 함께 삼겹살을 굽고 있을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나는 조금 서글펐다. '지금 이 마당에 삼겹살이라… 그 동네는 여전히 태평성대로구나'하는 서글픔이었다.

크게 말하면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가 되겠고 작게 말하면 우리네 살림살이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정서 혹은 그 희망의 수치를 두고,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지난 봄이었다. 이집트로 가는 여행길에 잠시 두바이에서 내렸던 나는 바다 위에 펼쳐지고 있는 인공섬 '팜 아일랜드' 공사장을 둘러보면서 전율할 것 같았다. 남들은 이렇게 국가의 아젠다가 있고 그것을 이루려는 꿈이 있고 미래가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거기 겹쳐졌다.

'세상을 잊을 수 있는 완벽한 곳'이라는 광고를 내세우며 야자수 모양으로 배치한 인공섬 3개, 거기에 펼쳐지는 세계 각국을 이미지화한 300개의 섬을 바라보며 안내를 해준 교민은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빗 베컴이 이미 그곳의 빌라를 구입했다고 들려주었다.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미 환경단체들은 걸프 해역의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서 한 국가가 만들어가는 미래와 희망이 부럽기만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가. 김병준이 저물자 전효숙이 뜨고, 미군기지 이전에서 작통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디 그것뿐인가. 외환은행 매각이 그렇고 영어마을인지는 만들자고 했던 때가 언제인가 싶은데 이제는 또 정부가 나서서 막겠다고 한다.

돈을 풀었다 묶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무주택자를 공깃돌 놀리듯 하던 '생애최초주택마련'은 이제 와서 2조원의 자금이 남아돌게 되었다고 한다.

외교에서 서민생활까지 어느 것 하나 매끈하게 해내는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갈등만 부추기니 어디서 신뢰를 찾고 미래를 꿈꾼다는 말인가. 그리고 여기에는 정확하게 단 한 마디로 요약되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없다'는 공통점이다.

● 우리 정치권은 뭘 하고 있는가

이처럼 정치권이 우리의 삶을 고단하게 하고 피곤하게 만든 때가 언제 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대책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그래서 한다.

쿠바혁명을 이끌었던 체 게바라는 자본주의는 불평등한 사회를 고착시키는 제도적 근원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주의는 근원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고뇌했었다.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이 고뇌라도 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아니면 말고, 안 되면 말고'로 '국민은 없다'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한수산 소설가ㆍ세종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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