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여론주도층의 식견과 분석 능력이 기대 이하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25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한국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교수와 시민단체, 민관 연구기관 등 우리나라 지식인 사회의 수준과 성향을 평가한 결과, 정치ㆍ경제ㆍ사회현상을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외 의존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2003년~2005년)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9대 정책’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저작물 1,249건을 분석,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소는 한국 지식인 집단은 국가 전체를 조망하는 유기적이고 통합된 사고 보다는 개별 사안에 대한 단편적이고 분절화된 접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9대 정책’에 대한 지식인 집단의 성향을 네트워크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부동산ㆍ세제 정책 사이에서만 연결관계가 존재할 뿐 나머지 6개 이슈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업지배구조, 국민연금, 증세ㆍ감세논쟁 등은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 등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가 형식만 달리해 표출된 사안인데도, 각각에 대한 독립적인 갑론을박만 존재할 뿐 전반적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교육정책과 부동산 정책의 경우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사안인데도, 두 이슈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경우는 분석대상 1,249건 가운데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가 장래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이슈에 대해 지식인들이 먼저 여론의 환기를 촉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249개 저작물 중 다른 사람의 견해를 언급한 경우는 599건이었는데, 그 중에서 정치 지도자가 171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식인 사회가 한국 사회의 문제와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기 보다는, 정치권이 이슈를 제기하면 부랴부랴 자료를 만들어 사후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 다음으로,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저작물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대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58건)와 UN(28건), 국제통화기금(IMFㆍ26건) 등이었다. 연구소는 동료의 지식보다 해외기관의 자료를 더 많이 인용했다는 것은 지식인 사회의 대외의존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