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최근 서울 강남의 성인전화방을 찾아온 남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내에서 만난 뒤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가진 A(43)씨를 검거하면서 A씨가 소지한 수첩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A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의 인적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1,000명이 넘었다. 조사를 하다 보면 인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수첩에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는 물론, 나이 직장 금액까지 기록돼 있었다.
경찰은 수첩 속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 남성들을 소환한 뒤 성매매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워낙 많은 데다 일부 남성들은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지도 않아 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고 오리발을 내미는가 하면 "만난 건 맞는데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버티기도 한다. "집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는 남성들도 있다. 조사를 피하기 위해 휴대폰 번호를 바꾸거나 수첩에 친구 휴대폰 번호를 적은 남성도 있었다. 일부는 아예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차일피일 출두를 미루기도 한다.
경찰은 현재 100여명을 불러 조사를 마쳤지만 '어마어마한' 조사 대상 때문에 언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7월 중순 성매매 여성에게서 확보한 장부를 토대로 600여명의 남성들을 조사하고 있는 중랑경찰서는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도 입건된 남성들의 숫자가 너무 많자 20명씩 끊어서 송치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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