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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폭탄 돌리기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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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폭탄 돌리기의 끝은?

입력
2006.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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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 여파가 주변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지 며칠 만에 강북과 수도권 일부지역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세값 급등과 뉴타운 개발 호재가 겹쳐 그 동안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지역의 서민용 아파트들마저 가격 급등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집값이 하향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집값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결과가 이럴 바엔 차라리 시장에 내맡겨 두고 굿이나 볼 일이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집값 잡는다고 한 손으론 온갖 수단 다 동원하면서, 다른 손으론 수많은 개발계획을 쏟아내 집값을 부추겨온 것이 현 정부의 행태다. 개발이 필요한 곳은 해야 하겠지만, 그로 인한 폐단을 막을 만반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계획부터 발표하는 것이 정부의 오랜 고질이다.

결국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하루 살기도 바쁜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집값 급등은 무주택자의 장래 주택구입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시장의 힘으로 무주택자의 통장을 털어 주택 소유자들에게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플레이션의 '강도(强盜)적' 속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부동산 값 급등이다.

2001년 이후 6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집값 급등의 배경에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겠다고 공언했지만, 잇단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실효를 거두지 못해 오히려 신화를 강화하는 결과만 낳았다.

'건설족'에 둘러싸인 정부와 정치권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이런저런 핑계로 무산시켜왔다. 시장 원리를 들먹이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이미 법원 판결로 그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된 것이다. 더구나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이 뒷구멍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뜻이 아닌 한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집값이 너무 올라 거품 붕괴론이 나돌자 은행에서 거액을 빌려 집을 산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 집값 하락의 강력한 저항세력이 됐다. 금리인상 반대 논리 중 하나가 주택담보대출자들의 부담 증가로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질 경우 돈을 빌려준 은행 부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로 금융시스템 붕괴를 경험한 정책당국자들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금융 부실은 막겠다는 태세다. 이렇게 우리 경제는 부동산 거품의 인질이 됐다. '인질 경제'의 뒤끝이 어떨지는 지켜볼 일이나, 경제에 공짜가 있을 수 없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어 지탄을 받은 '바다이야기'가 한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들 누구나 마음 속에 '바다이야기'를 품고 살고 있다.

주식 대박, 부동산 대박, 로또 대박…. 대박은 결국 수많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한몫 챙기는 것이다. 대박의 꿈이 자본주의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근로 대중의 일할 의욕을 꺾어 사회와 경제를 멍들게 한다.

이제 폭탄이 누구 머리 위에서 터질 것인가만 남았다. 결과가 빤한 '폭탄 돌리기' 게임에 너나없이 동참하고 있는 현실에 언젠가 닥칠 후환이 두렵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대우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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