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주의 나라’ 스위스가 비인도주의적인 난민법과 이민법을 통과시켰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25일 집권 우파 정부가 주도한 새로운 난민법과 이민법에 대한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각각 67.8%와 68%의 지지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 중도좌파 정당, 종교단체, 인도주의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해왔었다.
새 난민법은 인도주의적 이유에 따른 난민 허용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으며 신뢰할 만한 사유 없이 입국 후 48시간 이내에 여권이나 신원확인 서류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추방하도록 돼 있다. 출국을 거부하면 범죄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24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지며 어린이에게도 1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난민자들은 예전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으며 살 집과 음식만 제공 받게 된다.
이민법도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시민권자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이민을 금지하고 이외 지역의 이민자 자격을 ‘고숙련 노동자’로 제한했다. 이민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유럽 지역의 비숙련 노동자들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두 법안이 통과되자 국제사회와 종교단체, 야당은 “비인도주의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윌리엄 슈핀들러 대변인은“새 난민법은 신원확인 서류 없이도 난민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1951년의 제네바 난민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법안 통과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종교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난민자에 대한 복지예산 삭감은 스위스의 인도주의적 전통에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사회당의 토마스 크리스턴 사무총장도 “투표 결과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내 코소보-알바니아인연합은 “새 이민법의 통과로 인해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알바니아인 20만명 가량이 추방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현재 스위스는 인구 750만명 중 25%가량이 이민자들과 난민들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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