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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우주의 순례자' 혜성의 신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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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우주의 순례자' 혜성의 신비 속으로

입력
2006.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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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화려한 우주 쇼의 주인공이다. 긴 꼬리는 동서를 막론하고 불길한 징조로 꼽혀왔으며, 혜성은 일정한 시기에 쏟아지는 별똥비(유성우)의 산실이기도 하다. 또 현대 천문학은 태양 가까이에 왔다가 깨지거나 행성과 부딪혀 소멸하는 장관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태양계 천체의 모든 것이 책 ‘혜성(Comet)’에 담겨있다. ‘혜성’은 과학 대중화의 대표자로 꼽히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아내 앤 드루얀과 함께 저술한 책으로 혜성의 정체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혜성에 대한 문화적 기록, 혜성 연구의 비전을 담았다.

혜성의 정체를 규명해 온 과학자들의 인생이 버무려져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더 없이 풍성하게 하는데 압권은 3장 에드먼드 핼리(1656~1742)에 대한 것이다.

75년마다 돌아오는 핼리 혜성을 예측한 주인공으로 그 이름은 어떤 천문학자보다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를 자세히 알고 보면 ‘혜성 발견자’라고 한정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세이건은 그를 “과학이라는 건축물에 한두 개의 벽돌을 쌓았던 날품팔이 일꾼이 아닌 거장 건축가”라고 일컬었다.

청년 핼리는 영국 옥스퍼드대 재학시절 왕립천문학자인 존 플램스티드에게 목성과 토성의 위치가 틀렸음을 지적했고, 런던왕립학회지에 행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남반구 하늘의 별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훌쩍 적도부근 아프리카 세인트 헬레나섬으로 떠나기도 했다. 핼리는 천재성과 좋은 인성을 겸비한 드문 인물인데, 덕분에 인류는 큰 덕을 본다. 교회, 경쟁자와 갈등하며 언제라도 토라질 수 있는 뉴턴(1642~1727)을 설득해 뉴턴 역학의 완성본인 ‘프린키피아’를 출판하도록 한 사람도 바로 핼리였다.

핼리처럼 많은 천문학자들은 혜성의 회귀를 예언했거나 시차를 두고 지나친 혜성이 같은 혜성임을 밝혀냈다. 혜성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어쩌면 수천년의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돈다. 물론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혜성은 200년 주기 안쪽의 혜성(단주기 혜성)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질문은 우리의 시야를 좀 더 넓혀준다.

지구에서 관측될 정도로 태양 가까운 곳을 지나는 혜성들은, 처음에는 해왕성이나 명왕성보다 바깥에서 돌았던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추측한다. 이 추측대로라면 태양계 바깥쪽에는 무수히 많은 혜성 물질들의 저장소가 있다. ‘오르트 구름대’라고 부르는 것으로, 행성 저 너머에 혜성의 기원이 되는 물질들이 구처럼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다.

이 물질들은 태양계 외부의 성간물질이나 별 등의 영향으로 궤도가 교란되고 태양계 안쪽으로 떨어져 우리에게 꼬리를 자랑한다. 외부 천체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우리의 태양과 외부의 성간물질들이 고요하게 정지하지 않고 우주 속을 맹렬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트 구름대는 물론 관측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양계 저 바깥쪽 차가운 얼음뿐인 혜성의 고향을 떠올려 보기만 해도 이후 우리 생활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김혜원 옮김, 해냄 발행.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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