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를 기획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설에 휩싸였다.
프랑스 신문 ‘레 르퓌블리칸’은 23일 프랑스 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DGSE)의 기밀 문건을 입수, 빈 라덴이 8월 23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 시사주간 타임도 빈 라덴 중병설을 제기하면서, 잇단 언론의 사망설, 중병설 보도로 미 국무부가 2,500만달러 현상금을 건 빈 라덴의 생사와 행적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레 르퓌블리칸이 보도한 DGSE의 기밀 문건에 따르면 이 달 4일 사우디 정보당국은 빈 라덴이 지난달 23일 장티푸스 악화로 파키스탄에서 숨졌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며, 사우디 정부는 빈 라덴이 묻힌 장소를 확인한 뒤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다. DGSE의 기밀 문건은 21일 작성됐으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타임도 인터넷판에서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 빈 라덴이 몇 주 전 수인성 질병에 걸려 위중한 상태이며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빈 라덴의 와병은 소문이 아닌 사실이 분명하지만 사망 여부는 확인할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 사우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관련국 정부는 보도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며 빈 라덴 사망설을 일단 부인하고 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빈 라덴의 사망 여부 확인을 거부하고 기밀 문건 유출 경위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사우디 정부는 24일 주미 사우디 대사관 웹사이트에 성명을 게재하는 등 공식으로 “추측성 보도”라고 반박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기자들에게“정보가 없다, 노코멘트”라고 답하는 등 미 백악관 및 정보당국 관계자들도 빈 라덴 사망설의 진위를 확인해주지 못했다.
빈 라덴은 2004년 10월 마지막으로 영상을 공개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장질환에 걸렸다는 등 중병설과 사망설에다 알 카에다 내 입지 약화설 등 각종 소문이 나돌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2001년 말 아프간 토라보라에서 빈 라덴 체포에 실패한 뒤 5년이 지나도록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빈 라덴은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 산악 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개월간 침묵을 지키던 빈 라덴은 1월 아랍권 위성TV 알 자지라 방송에 육성 테이프를 공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7월 1일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라크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부 알 자르카위의 후계를 승인하는 내용의 육성 메시지를 발표하기까지 빈 라덴은 올들어서만 5차례 육성 메시지를 내놓았을 뿐 영상으로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9ㆍ11 테러 이후 빈 라덴 행적>
▦ 2001.9.11= 9ㆍ11테러 발생. 미국,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를 배후로 지목
▦ 9.15= 부시 미 대통령, 탈레반 정권의 빈 라덴 보호를 구실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선언
▦ 10.07= 미영 연합군, 아프간 공격 개시
▦ 12.9= 미 CIA, 아프간 토라보라 지역의 빈 라덴 추적 작전에서 체포 실패. 빈 라덴은 미국의 포위망 뚫고 파키스탄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짐
▦ 2003.3.1= CIA-파키스탄이 공동작전으로 알 카에다의 서열 3위이자 9ㆍ11테러 기획자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이슬라마바드 인근서 체포
▦ 9.10= 빈 라덴이 산악에서 알 카에다 서열 2위 아이만 알 자와히리와 함께 걷는 영상 공개
▦ 2004.10.29= 빈 라덴, 미 대선 나흘 남겨두고 미국에 대한 새로운 테러 위협하는 영상 메시지 공개
▦ 12.27= 빈 라덴, 이라크인들에 총선 보이콧 요구하는 육성 메시지 공개
▦ 2005.4.29= 아랍어 웹사이트에서 빈 라덴 사망설 보도
▦ 10월= 파키스탄 언론, 6월 아프간서 빈 라덴 사망설 보도
▦ 2006.1.19= 빈 라덴, 미국에 새로운 테러 공격 위협 육성 메시지 공개(13개월만의 존재 확인)
▦ 6.7= 이라크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부 알 자르카위, 미군 공습으로 사망
▦ 7.1= 빈 라덴, 셰이크 아부 함자 알 무하지르를 알 자르카이 후계로 인정하는 육성 메시지 공개
▦ 9.23= 프랑스 '레 르퓌블리칸'ㆍ미국 '타임', 각각 빈 라덴 사망설과 중병설 보도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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