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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가 봤더니/ 세일 딱지 빼곡히 붙었는데… "손님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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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가 봤더니/ 세일 딱지 빼곡히 붙었는데… "손님이 없어요"

입력
2006.09.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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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특수, 명절대목은 없다. 재래시장이나 쇼핑몰에선 오히려 '명절불황'이란 말까지 나온다. 올 추석은 사상 최장의 연휴라 기대도 많았지만, 이 곳 상인들은 이제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24일 오후 명동의 M쇼핑몰. 3층 100개의 매장 가운데 40여 곳이 비어있거나 문을 닫아, 추석을 앞둔 휴일인데도 황량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5평 정도의 아동복 매장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김두례(48)씨는 "3~4년 전만해도 1주일에 한번씩 물건을 떼러 왔던 지방 도매상들이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올라올까 말까 한다"며 "하루 200만원은 팔아야 자릿세라도 나오는데 요즘 같아선 하루 100만원 팔기도 쉽지 않으니 무슨 명절 기분이 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쇼핑몰들로 인해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상반기에는 잠깐이나마 손님이 몰리더니 하반기 들어선 정말로 경기침체를 실감하고 있어 이번 추석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연휴가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상인들도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15년째 소매 상인들에게 선물용 쇼핑백, 리본 등을 판매해오고 있는 오학근(51)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1,000장 이상의 포장용지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기껏해야 100, 200장 정도 사가는 상인들만 드문드문 찾아온다"며 "명절이 짧아야 분위기에 휩쓸려 반짝 쇼핑하는 심리라도 생겨날 텐데 올해는 연휴가 길어 그것조차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 상인들 사이에선 "긴 명절이 더 힘들다" "명절이 길면 결국 문닫는 날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명절 불황공포'까지 퍼지고 있다.

이 곳에서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최 모씨는 "차례도 안 지내고 다 해외여행을 나간다는데 제삿상에 올라 갈 물건들이 팔릴 리 있겠나"며 "이젠 세태가 옛날 같은 추석대목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식 업체들도 늦고 길어진 추석이 고민거리다. 9월에 짧은 추석이 있으면 외식업계 최대 성수기인 7~8월의 여세를 몰아 매출을 유지하곤 했지만, 10월에 추석이 있는 올해는 이도 저도 아니기 때문.

특히 오피스 상권에 매장이 몰려 있는 외식업체들은 인근 회사 등이 장기휴무에 들어가는 탓에, 주말만큼의 매출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 벌써부터 울상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가족단위로 고객이 몰려야 객단가가 높지만 올해는 긴 추석이라 이들이 대부분 여행을 가거나 귀성을 가기 때문에 걱정"이라며 "연휴 기간 가족단위 고객유치는 포기하고 극장이나 놀이공원을 찾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려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내수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잘 나가는 곳이 있다. 재래시장, 쇼핑몰, 외식업체 등이 느끼는 추석경기는 냉기에 가깝지만, 백화점에서는 고가 선물세트나 고가상품권 등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올 상반기 반짝 특수를 누렸다가 집중호우 등으로 7~8월 장사를 망쳤던 백화점 업계는 '큰 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고가 선물세트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1,500세트 한정으로 선보인 1,000만원짜리 프레스티지상품권 패키지(50만원권 20매)는 이미 90% 이상 팔렸고, 모 주류사가 내놓은 500만원짜리 양주세트도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부유층 고객이 많은 호텔들도 본격적인 추석 선물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색 갖추기용으로 10만~20만원대의 갈비세트를 팔다가, 올해 고가선물 특판팀을 구성한 서울의 한 특급호텔은 80만원대 육류세트와 50만원대 굴비세트를 준비물량의 40% 가량 팔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도 양극화다. 추석 선물세트도 아주 비싸지 않으면 아주 값싼 가격대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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