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전직 국방장관들, 전직 경찰총장들, 그리고 전직 고위외교관들까지 반대 성명을 냈다. 충격적인 것은 이에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조영길씨가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노무현 사람'들이 현 정부를 배반(?)하고 비판한 것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서명은 냉전세력에게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한 사람조차도 반대한다"는 명분을 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자 열린우리당은 현 정부의 전직 고위공직자들은 현 정부의 "정책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이들이 "무분별하게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을 흔드는 것은 공직기강을 흔드는 심각한 위해행위이며 도덕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행위"라고 경고했다.
● 두 부류의 전직 고위공직자
우선 현 정부에 참여했던 공직자들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장세동식의 의리를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도 잘못하면 비판하는 것이 국가와 정권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현 정부에 참여했던 '노무현 사람' 중 현 정부를 비판하는 전직 고위공직자들은 두 부류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과연 처음부터 그런 것이 있었던 것인지 회의적이지만, 현 정부의 개혁성 때문에 참여를 했다가 개혁성이 변질됨에 따라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경우이다.
정권 초기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냈지만 노무현 정부의 미국중심적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서동만 교수,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졸속추진을 비판해온 정태인 박사,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지만 현 정부가 개혁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비판해온 이정우 교수가 그 예이다.
특히 이 교수는 최근 "참여정부를 비판했다고 말이 많고 보수언론에서 이를 호재로 삼고 등돌린 지식인이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비판이야말로 나라를 위한 것이고 대통령을 돕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현 정부의 문제는 내부비판의 부족이지 과잉이 아니다.
또 다른 무리는 현 정부의 노선이 시간이 흐르면서 후퇴했거나,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현 정부를 비판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의 노선이 급진적이라고 비판하는 경우이다. 조 전 국방장관이 그 예이다. 장관시절 2010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입장을 개진했던 당사자가 갑자기 노무현 정부의 2012년 환수방침을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장관을 하려니 개혁적인 척하다가 공직 사퇴 후 본심을 드러낸 것인가? 아니면 퇴임 후 갑자기 보수화한 것인가? 현 정부의 첫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씨와 최기문, 허준영 전경찰청장이 환수반대 의사를 밝히거나 서명에 참여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김 전보좌관은 햇볕정책이 북한체제를 유지시켜 줌으로써 김정일 구두나 닦아주는 '슈샤인'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그러면 현직 당시 반대를 하고 사표를 낼 일이지 이제 와서야 딴 소리를 하는 것인가?
● 경력 세탁하려 정부비판하나
따라서 이 부류는 현 정부에서 고위 공직의 단물을 다 즐기고도 최근 들어 현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기자 현 정부 참여경력이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니라 부끄러운 짐이라고 느끼고 참여경력을 세탁하기 위해 얄팍하게 잔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나아가 일부는 가능하다면 자신이 노무현 사람이 아니니 불러주면 얼마든지 현 정부를 비판하며 충성을 다 하겠다고 차기 정권에 구애작전을 펴는 것 같다.
사실 허 전경찰청장은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탁을 한다고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지저분해지는 추악한 '세탁의 정치'인 셈이다. 돈 세탁에 이어 이젠 사람세탁, 경력세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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