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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 봤더니/ 최장 9일 추석 황금연휴는 해외서… "비행기 표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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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 봤더니/ 최장 9일 추석 황금연휴는 해외서… "비행기 표가 없어요"

입력
2006.09.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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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는 50대 후반의 김 모씨는 올 추석연휴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파격적 결심'을 했다. 명절에 해외여행 다녀오는 것이 새삼스런 풍속도는 아니지만, 김 씨가 파격적이라 생각하는 까닭은 자신이 제사를 모셔야 할 장손이기 때문이다.

그는 "차례를 직접 모시지 않는 것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다"며 "조상님들께는 죄송스럽지만 앞으로 이런 연휴가 없을 것 같아서 제사는 장성한 아들들에게 맡기고, 이번 만큼은 그 동안 고생한 아내와 동남아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장 9일에 달하는 이번 추석 연휴 공항은 어느 때보다도 북새통일 것 같다. 국내에서 TV나 보며 지루한 연휴를 보내느니, 귀향과 귀성을 위해 고속도로에서 10시간을 보내느니 아예 외국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직장인 이 모씨도 "올해는 연휴도 긴 만큼 서로 모이지 않고 각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자고 형제들과 이미 의견을 모았다"며 "벌초는 지난 주에 다 마친 터라 부담 없이 해외에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사 국제선 좌석은 거의 동이 난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추석연휴 동안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여행객이 집중되는 주요 노선은 '만석'이 된지 오래다.

대한항공 홍보팀 권욱민 차장은 "명절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올해는 워낙 연휴가 길어 좌석 사정이 예년보다 훨씬 어렵다"며 "특히 연휴가 시작되는 9월 30일과 연휴 막바지인 10월 6일 근처엔 더 이상 좌석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과 외국계 항공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사 역시 이미 7~8월에 주요 추석연휴 여행상품은 마감이 끝났을 정도다. 이번 추석기간 최다고객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하나투어 김희선 홍보팀장은 "올 9월 29일부터 10월6일까지 약 3만1,000명, 하루 최대 5,000여명의 여행객이 하나투어를 통해 해외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전후 5일 동안 7,200명이 출국한 것에 비하면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김 팀장은 이어 "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7, 8월에 예약이 거의 모두 끝났다"면서 "좌석이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장거리 노선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행사는 폭발적인 추석특수를 감당키 위해 대만 홍콩 등 일부 지역에는 전세기까지 투입했을 정도다.

해외 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면세점들도 대호황이다. 롯데면세점 서광일 계장은 "면세품 구매는 보통 출국 일주일 전에 이뤄진다"며 "추석연휴에 출국할 여행자들이 아마도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면세제품 구매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년 7월부터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규제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에, 올 추석연휴 면세점들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지갑 열기에 인색했던 사람들도 해외여행에서 만큼은 통이 커진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신용카드 해외이용 실적을 보면, 지난 2ㆍ4분기 중 내국인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지출한 돈은 총 11억9,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6%나 급증했다. 사용자도 175만명으로 20.2% 증가했다.

1인당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 역시 684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 늘어났다. 원화 강세로 환율까지 떨어졌으니 해외 여행객들의 구매력과 돈 쓸 여건은 훨씬 넉넉해진 셈이다.

해외여행과 해외씀씀이가 이렇듯 폭발적으로 늘어날 만큼,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결국 국내에서 쓸 돈을 해외에서 쓰고 있는 셈이며, 결과적으로 해외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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