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실수인가, 의도된 노림수인가.’
이용훈 대법원장이 26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전국의 법원을 순시하면서 당초 지방 순시 발언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직설적 화법을 사용하는 이 대법원장이 자초한 실수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법원 내부가 단결하고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등 법원에 결코 불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법원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 확산을 노리고 계산을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지방 고ㆍ지법 순회강연에서 “검사 수사기록은 던져버려라”, “변호사들의 서류는 대게 사람을 속이려는 것”이라는 발언 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현장의 표현은 거칠었지만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개진한 발언들이었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법원을 돌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을 보면 사전에 충분히 준비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발언 파문 이후 검찰, 변호사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전국의 지법, 고법 부장판사들이 대법원장 옹호글을 내부통신망에 띄우는 등 법원은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일반 여론도 나쁘지 않다. 한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투표에서는 ‘대법원장의 발언에 문제 없다’는 쪽이 80%가 넘었다.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반발이 부각되면서 조관행 전 부장판사 비리 사건 파장을 잠재우는 효과도 거뒀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통렬한 자기 반성을 촉구하는 대법원장의 발언이 거두절미돼 알려져 파장이 있었을 뿐 노림수가 있었다는 분석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법개혁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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