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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한국 호랑이와 늑대들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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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한국 호랑이와 늑대들의 흔적을 찾아서

입력
2006.09.2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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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경북 경주시 대덕산 기슭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한국 호랑이는 자취를 감췄다. 일제 강점기 ‘해수구제’(害獸驅除)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호랑이들이 포살됐기 때문이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23년 동안 죽임을 당한 호랑이는 141마리. 환경부는 1996년 4월 한국 호랑이의 출몰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자 멸종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 늑대의 운명도 호랑이와 마찬가지였다. 1915년에만 전국에서 113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번성했던 늑대는 1980년 경북 문경시에서 1마리가 생포돼 즉사한 이래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조선총독부가 현상금까지 내걸며 포획을 장려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100년이 되지 않은 시간, 국내 생태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호랑이를 비롯한 표범 늑대 여우 등 중대형 육식 포유류의 절멸이다. 간혹 이들의 발자국과 배변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경우는 없다.

EBS가 25일 밤 11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 야생, 잊혀진 정복자들’편은 호랑이 표범 등 야생동물의 생태계 복원 가능성을 타진한다. 제작진들은 일본 동물작가 엔도 기미오(遠藤工男)가 쓴 책 ‘한국의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를 바탕으로 이 땅에서 서식하다 순식간에 사라진 육식동물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더불어 일제의 조직적인 사냥의 실체와 그 여파도 되짚는다. 엔도의 책에 따르면 일본은 호랑이 사냥을 위해 야마모토(山本) 정호군(征虎軍)이라는 특별부대까지 구성했고, 한국 호랑이들은 일본 지도자들의 보양을 위해 죄 없이 죽어갔다.

제작진은 또 호랑이나 표범 등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위층을 형성하던 동물들이 사라지자 삵과 멧돼지가 그 위치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포식자가 없어지자 그들의 수는 급증했고, 인간은 피해 방지를 내세워 다시 총구를 겨누고 있다. 사람들이 호랑이 등을 대신해 생태계 조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은 인간이 생태계 복원과 조절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을 던진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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