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사립학교법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사학 운영 지침격인 학교법인 정관 변경은 제자리 걸음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4일 “개방 이사 선임을 위한 대학평의원회 구성 등 내용을 담는 쪽으로 정관을 변경한 곳은 전체 사학의 10%도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개정 사학법 조기 정착을 위해 정관 변경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학들은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정관을 고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대학, 정관 변경률 8.4%
1,141개 대학ㆍ전문대ㆍ초중고 학교법인 중 104개만이 정관 변경 신청을 통해 인가를 받아 정관 변경률은 9.1%에 불과하다. 대학법인이 8.4%로 가장 낮았고 전문대 법인은 11.3%였다. 초중고 법인은 9%다.
더욱이 자발적으로 정관을 변경한 곳은 많지 않다. 7월 24일 가장 먼저 정관을 변경한 건국대와 8월말 정관을 고친 아주대 등 7,8개 정도다. 서울 소재 A대가 이사 3명의 임기가 끝나 정관을 고치는 등 ‘어쩔 수 없이’ 변경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사진 공백이 있는데도 정관을 고치지 않을 경우 학교 운영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돼 임시이사 파견 요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 2명이 퇴진한 B대학도 같은 이유로 정관을 바꾸었다.
정관 변경을 신청한 대학 중에는 개정 사학법 시행령 핵심 조항을 의도적으로 뺀 곳도 상당수다. 수도권 지역 C대는 개방이사 추천권을 가진 대학평의원회 임명권을 교장이 아닌 이사장에게 부여토록 정관을 고친 사실이 드러나 인가가 보류됐다.
몸 단 교육부, 버티는 사학
사학의 외면으로 개정 사학법이 표류하자 교육부는 다급해졌다. 정관 변경률이 저조한 탓에 “법률안 집행 부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법을 만든 여당이 10월 국정감사 때 교육부의 개정 사학법 추진 상황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부는 임시이사가 파견된 적이 있는 대학에 정관 변경을 서둘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당수 사학법인이 정관 변경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학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서울 H대 관계자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 정관 변경이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7월 학교법인의 정관 개정을 유보키로 결의했기 때문에 대학들의 협조가 없는 한 개정 사학법 시행이 궤도에 오르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