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상품 꼭집어 골라주네
외국인 매도가 꾸준히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서 기관의 힘이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정보와 자본 어느 것 하나 충분치 않은 개인투자자가 직접투자로 승부를 보려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만큼이나 무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펀드들 중에서 개인투자자가 스스로의 힘만으로 어떤 펀드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암호문처럼 느껴지는 펀드 약관 속에서 펀드의 성격, 투자방법, 수수료를 꼼꼼히 파악하는 일은 학창시절 치렀던 어떤 시험보다 어렵다.
펀드랩은 증권사들이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랩어카운트(자산운용계좌)와 일반 펀드의 장점을 절충해 만들어낸 상품. 펀드랩은 랩매니저가 고객의 자금규모나 투자성향 등을 고려해 펀드 상품을 골라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저렴한 자문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펀드랩은 운용방식과 성향이 다른 복수의 펀드로 펀드를 한데 묶어 하나의 펀드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펀드오브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반면, 펀드랩은 랩어카운트처럼 투자자가 랩매니저에게 편입펀드의 종류나 비중을 조절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랩어카운트보다 문턱이 낮아 적립식 투자를 희망하는 소액투자자들에게도 적합하다. 동양종금증권의 ‘우리가족 꿈나무 적립식 펀드랩’, 한화증권의 ‘스마트 적립식 펀드랩’, 현대증권의 ‘유퍼스트랩’ 같은 상품들은 10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펀드랩은 수수료도 저렴하다. 펀드오브펀드는 펀드판매 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돼 평균 수수료가 2%가 넘는데 비해, 펀드랩은 수수료가 없는 펀드랩 전용 펀드를 편입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판매수수료 대신 저렴한 랩 수수료만 받기 때문에 수수료가 1.0~1.5% 수준으로 저렴하다.
펀드랩은 증시 등락이 심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일반 펀드는 높은 환매수수료 때문에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서도 선뜻 팔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의 편입비중에 따라 주식형, 성장형, 안정형 등으로 구분되는 펀드랩의 경우에는 투자자가 시황에 따라 랩 매니저와 상의를 통해 중도에 편입펀드 간의 비중을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펀드랩을 고를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펀드랩은 주식 이외에도 채권 같은 안전상품에도 분산투자하는 까닭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펀드랩의 경우에는 최초 편입펀드를 골라주고, 이들의 비율을 운용 도중에 재조정하는 랩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 고객자산운용팀 이용철 과장은 “일반적으로 펀드를 구입할 때 과거 운용실적을 보듯이, 펀드랩을 구입할 때는 자신이 선택한 지점의 과거 운용성과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며 “랩 매니저에게 편입할 펀드의 성격이나 선정기준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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