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자투리땅에 지어진 듯한 건물이 많다. 좁고 길쭉한 땅에 식빵 한 장을 세워놓은 듯한 3층집은 너비가 세 걸음 남짓해서 마치 튼튼하고 예쁜 장난감 같다. 혹시 세를 놓나 물으려 그 집 주위를 맴돌다 안주인을 알게 됐다.
방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1층 창문을 똑똑 두드렸더니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알고 보니 우리 집 골목에서 피아노교실을 하던 사람이었다. "시부모님한테 물려받은 집인데요." 강남에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이 터가 좋아 팔지 않고 새로 집을 올렸다고 했다. 식구들이 다 잘 풀린단다. 그 말을 들으니 그 집에 더욱 호감이 갔다.
해방촌 꼭대기에도 원룸 스튜디오가 새로 지어졌다. 거기도 3층 건물인데 한 층에 방이 하나씩이다. 썩 예쁜 체리핑크 건물이다. 한창 짓고 있을 때 들어가 봤는데, 좀 좁은 듯 느껴졌었다.
그래도 앞뒤가 훤히 트여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있었는데 어느 새 입주가 끝났다고 한다. 나는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그 건물 계단을 올라 3층으로 갔다. 3층 입주자는 이해심 깊은 남자였다. 나는 잠시, 내 것일 수도 있었던, 그의 공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실연당한 기분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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