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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낯 두꺼운 공기업 탓하기도 지겹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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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낯 두꺼운 공기업 탓하기도 지겹지만

입력
2006.09.2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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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코트라ㆍ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을 올리려고 경영 평가 점수를 조작했다가 적발된 사건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코트라는 단순 실무 착오라고 변명하고 기획예산처 관계자는"1984년 정부 투자기관에 대한 경영 평가를 시작한 이래 평가 왜곡으로 적발되고 성과급을 회수 당한 곳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떼어먹는 방법도 있구나. 다른 공기업도 그렇겠지'하고 생각할 것이다.

예산처는 감사원이 적발한 내용을 토대로 부당 성과급 9억원을 회수하고 점수 조작 관련 담당자를 인사조치하도록 권고했다는데 이 정도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당연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말단 담당자에서부터 사장, 감사까지 평가 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사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KOTRA는 7월에도 감사원으로부터 해외조직의 30% 이상이 부실하게 운영돼 통ㆍ폐합 및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도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니 기가 찬다.

하기야 혁신의 구호만 요란할 뿐 방만한 경영에 수익성 하락, 노조와의 결탁에 의한 인건비 과다 지출, 자회사 부당 지원 등 민간 기업이라면 진작에 수술대에 올랐을 적폐를 그대로 간직한 공기업들의 감사 평균 연봉이 1억 3,000만원이 넘으니 '재수 없게 걸린' KOTRA만 탓할 일은 아니겠다.

그저께 여당 정책위 의장과 부의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청회'에 나와 "공기업의 과다한 임금인상 등 도덕적 해이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상이 다 아는 문제를 뒤늦게 논의하는 이런 자세로는 공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ㆍ여당은 허구한 날 감사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공기업 전반에 대한 축소나 통ㆍ폐합 및 민영화 방안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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