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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베 총재 선출과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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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베 총재 선출과 한일관계

입력
2006.09.2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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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압승했다. 26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제90대 총리로 지명될 것이 예상돼 일본은 아베 총리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전후세대 최초이자 전후 최연소 총리인 아베는 1954년생으로 고이즈미보다 12년 젊다. 보수적인 일본의 정치 풍토를 생각할 때, 아베의 등장은 문자 그대로 획기적인 일이다.

● '일본의 영광' 목소리에는 우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전후세대는 전쟁에 대한 반성에서 평화주의를, 전쟁의 한 원인이 되었던 집단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개인주의를 체화한 세대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아베는 이러한 전후세대 일반의 감성에 회의를 품으며 자라온 듯하다. 전범으로 기소되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를 외조부로, 외상에서 수상의 자리를 넘보다 병사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를 부친으로 둔 정치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국 평화주의에 침잠하여 탈정치화하는 일본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며 성장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총재 선거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아름다운 국가로'라는 저서에 '국익'과 '일본의 영광'이 주제어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이러한 성장과정에 맥이 닿아 있다.

19세기 말 일본적 미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은 '유럽의 영광은 아시아의 굴욕'이라며 아시아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이 아시아의 지배자로 변신하는 과정은 일본의 영광이 '아시아의 굴욕' 위에 세워진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했다.

'일본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을 외치는 듯한 아베의 저서가 섬뜩하게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그는 평화헌법 개헌, A급전범론 비판과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 군대위안부 부인 등을 사적, 공적으로 언급해 주변국의 경계심을 산 바 있어 그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체된 한일관계를 수복하는데 비관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겠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일본이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아베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와의 논쟁에서 주변국에 대한 침략을 반성한 1995년 무라야마 총리담화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전 정부의 국가행위에 후속 정부가 구속된다는 안정된 민주주의의 원칙을 승인한 것이다. 두번째로, 자민당의 당내 민주주의도 아베의 독단적 정권 운용을 견제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총재 선거에서 낙마한 다니가키는 고이즈미의 '아시아 무시 외교'를 정면비판하면서 유효투표의 7분의 1 선을 확보, 나름대로 성공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수에 의한 소수의 제압은 자민당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를 무시한 강압적인 정권 운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아베의 저작에서 일말의 희망을 읽어낼 수 있다. 약 230쪽인 그의 저작에 한국에 관한 언급은 한 쪽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는, 한일관계를 백지로 놓고 앞으로의 주고받음 속에서 재구축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김정일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하여, 외교의 틀 속에서 북일관계가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주고받음 속에서 관계 재구축해야

동북아의 현실은 이제 더 이상 19세기의 현실이 아니다. 이 지역의 21세기적 현실은 일본에게 홀로 서도록 내몰지도 않을뿐더러, 일본의 홀로서기를 묵인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현실에서 독주의 유혹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일본에게 다가가 함께 서기를 권유하는 것은 이 지역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베는 일본의 가정과 학교, 지역에서 '존경'의 정신이 사라졌음을 개탄하고 '존경하는 자에게 존경받는다'는 정신을 삶의 기본으로 일깨우고 싶다고 했다. 그게 어디 개인의 삶에서만 기본이겠는가. 한국민은 한국을 존경하는 국가에 대해 존경의 정신으로 응대할 준비가 되어있다.

남기정ㆍ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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