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은 22일 대구 현대전을 앞두고 지난 17일 SK전이 비로 하루 순연된 것을 아쉬워했다. 당초 선 감독이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이 헝클어지면서 에이스 하리칼라가 18일 등판 후 3일만 휴식을 취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리칼라는 지난 해 7월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후 선발로는 단 한번도 4일 로테이션에 따라 등판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 감독이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은 이날 현대전의 비중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선두 삼성과 2위 현대의 간격은 3게임차.
더욱이 올시즌 하리칼라는 묘하게 현대전에 나온 적이 없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시험 등판의 의미도 짙었다. 하리칼라는 지난 해 9월16일 현대전에 딱 한 차례 선발 등판, 4와3분의2이닝 동안 2홈런 포함, 8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선 감독의 기대와 달리 하리칼라는 경기 초반부터 집중타를 맞고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2회 3안타로 간단히 2점을 뽑은 현대는 4회 송지만의 투런 홈런 등으로 3점을 보태며 승기를 잡았다.
‘번트 예찬론자’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현대 타선은 승부처에서 어김 없이 번트를 성공 시켰고, 후속 타자들은 적시타를 뽑아내는 ‘시스템 야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5-0으로 앞선 6회 무사 1루에서도 보내기 번트를 구사하며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삼성의 기를 철저히 꺾어 놓았다. 반면 삼성 타자들은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는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현대 대졸 왼손 신인 장원삼은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시즌 12승을 거뒀고, 현대는 최근 3연승 및 삼성전 4연승을 거두며 올시즌 10승6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김동수는 5-0으로 앞선 7회 3점 홈런을 날려 쐐기를 박았다. 현대의 11-1 대승. 삼성에 2게임차로 따라 붙은 현대는 10월 1,2일 삼성과의 마지막 2연전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 4번 양준혁은 4회 2루타를 날리며 통산 첫 3,300루타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4, 5위가 맞붙은 광주에서는 KIA가 ‘곰 사냥꾼’ 그레이싱어의 선발 6이닝 무실점 호투(14승)와 6회 이재주의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을 4-0으로 꺾고 간격을 다시 2.5게임차로 벌렸다. 그레이싱어는 두산전 5연승의 신바람을 냈고 KIA는 홈 3연패 끝.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 부산에서는 연장 12회말 박연수의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7위 롯데가 꼴찌 LG에 3-2로 이겼다.
대구=이승택기자 lst@hk.co.kr광주=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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