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토종은행인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해법으로 '포스코형 국민주' 방식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선책은 아니지만, 기존에 제기됐던 각종 대안들이 워낙 현실적, 정서적 제약을 많이 안고 있어 국민주 해법이 설득력 있는 차선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22일 국회에서는 매각시한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미궁을 헤매고 있는 우리금융 매각문제를 놓고 정부, 학계, 예금보험공사(대주주), 우리금융 관계자들이 모여 열띤 논쟁을 벌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단기간내에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민주 방식 등을 활용한 단계적 예보지분매각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예보는 우리금융 보유지분을 2007년 3월27일까지 50%이하로 낮춰야 하며, 매각시한은 1년 연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예보는 늦어도 2008년3월말까지는 보유주식의 27.97% 이상을 매각해야 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이 막대한 물량을 제값 받고 처리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 동안 우리금융 민영화의 대안으로는 ▦국내외 차별 없는 매각(결과적으로 해외자본매각) ▦금융-산업분리 원칙완화를 통한 산업자본에 매각 ▦토종사모펀드(PEF)에 대한 매각 등이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해외자본에 대한 매각은 '마지막 토종은행까지 외국에 줄 수는 없다'는 국민정서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한때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산업분리원칙을 재고해야 한다"며 운을 띄웠던 산업자본에 대한 매각 역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심한데다 현 정부의 '금산분리'기조도 워낙 강해 사실상 '없던 카드'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인수를 염두에 뒀던 '이헌재 펀드'가 출범 테이프도 끊지 못했고, '보고펀드' 역시 변양호 대표의 구속으로 좌초위기를 맞음에 따라 토종PEF를 통한 매각 역시 상당기간 물건너간 상태다.
이 교수는 "28%에 달하는 예보지분을 단기간 내 시장에 내놓을 경우 주가폭락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며 "금융전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블록세일(장외 대량매매) 역시 경영권 획득보장도 없이 수 조원의 금액을 투자할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성사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국민주 방식이다. 우선 정부지분 매각시한을 못박은 금융지주법 시한규정을 폐지하고, 국민주 방식 도입 등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소유분산을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1988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의 지분 51%를 시가보다 싼 가격에 저소득층에 매각한 국민주 제도가 법에 따라 50%이상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우리금융 처리방안에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주제도는 저가매도, 단기간에 대량 물량 출회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실패로 끝났으나, 우리은행의 경우는 10~20% 정도의 물량만을 단계적으로 경쟁입찰을 도입해 매각한다면, 현재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금융 처리방안의 훌륭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주 방식은 '주인(대주주)없는 은행'이 된다는 점에서 책임경영의 부재, 정부개입 여지의 확대 등 부작용이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노조대표는 "세계 25대 은행 중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절대적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정책에 따라 민영화한 은행들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반면 절대적인 지배주주가 없는 국민ㆍ하나 등은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 교수 주장에 화답했다. 황영기 우리금융회장도 국민주 방식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김광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리금융 지분 중 28%의 소수지분을 가능한 빨리 매각하겠으며 나머지 50%는 전략적 투자자나 경영권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가급적 정해진 시한 내에 처리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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