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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경제의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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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경제의 루시

입력
2006.09.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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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1월 30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하다르의 한 강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메마른 평원지대를 열심히 살피고 다니던 미국의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발견을 한다. 320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직립원인(猿人)의 유골을 거의 완벽한 상태로 찾아낸 것이다.

1㎚10㎝ 키와 29㎏ 몸무게에 소프트볼 크기의 뇌를 가진 이 여성원인이 바로 인류의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루시'다. 정식 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는 요한슨이 좋아하는 비틀스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따왔다.

▦ 이번에는 '루시의 아기'가 나타났다. 분류학적으로 루시와 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종(種)인 3살짜리 여자 아기 화석이 역시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됐다. 유골 보존 상태가 루시보다 더 완벽해 인류기원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루시의 아기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이 여아는 루시 보다 10만년이 빠른 330만년 전쯤 생존했다고 추정된다. 루시의 신체 구조는 인간보다 침팬지에 더 가깝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직립보행을 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 때문에 인류의 조상으로서 지위는 아직 도전 받지 않는다.

▦ 루시가 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들 가운데 결정적으로 빠져 있는 공백,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시조새의 존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초에는 미국에서 어류가 육상 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물화석이 나와 떠들썩했다. 잃어버린 고리 찾기는 과학계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경제가 양극화를 극복하고,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는 고리의 실종이 우선 그렇다. 1970,80년대에는 고도성장에 따라 분배구조도 개선됐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성장과 무관하게 분배구조는 계속 악화한다.

수출이 흥청망청 해도 내수와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 현상도 마찬가지다. 고용 없는 성장 역시 성장과 고용간 연결고리가 끊어진 탓이다. 경제, 사회적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장본인이 이러한 경제의 단절 현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성장과 분배 간 끊어진 고리들을 다시 이어 성장-고용-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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