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나 청년이고 세계인입니다. 나이와 고향을 물어 뭐하겠습니까.”
21일 만난 김진경(71) 중국 옌볜(延邊)과학기술대학 총장은 이렇게 첫인사부터 남달랐다. 김 총장은 중국과 미국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한국인이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74년 미국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플로리다주 한인상공회장으로 활동하던 79년 미국 시민권을 받았고, 93년 옌볜 조선족자치주에 대학을 세웠다.
그는 중국의 교육사업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 12일 중국 영주권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준 것은 김 총장을 포함해 단 2명에 불과하다.
김 총장은 ‘코스모폴리탄(세계인)’이란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는 “이미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국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내 나라만을 우선시하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누구보다 가슴이 따뜻한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옌볜과기대는 김 총장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그는 87년 중국 동포사회의 낙후된 교육 현실을 접한 후 국내외의 후원자를 찾아 6년간 중국을 100여 차례나 드나드는 열의를 보였다. 현재 이 대학은 중국에서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배출한 제자들은 가장 소중한 자랑이다. 제자들과 찍은 사진을 플래카드로 만들어 사무실에 걸어놓을 정도다. 16일 고국에서 생일을 맞은 그에게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제자 100여명이 방문해 “우리를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신 스승께 감사드린다”며 신발을 선물했다. 한 제자가 전한 편지에는 “한 손엔 사랑, 한 손엔 꿈과 비전을 쥐어준 당신께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을 배워 고맙고 행복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총장은 아직 할 일이 많다.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평양 과학기술대학이 내년 4월 문을 열기 때문이다. 옌볜과기대는 학부 중심, 평양과기대는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해 IT, MBA, 농업 분야의 중심대학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는 “내가 또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100세 전까지는 무슨 일이라도 할 테니까요”라는 말로 앞으로의 포부를 대신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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