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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타 허비하는 공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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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타 허비하는 공연문화

입력
2006.09.2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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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은 국내 공연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사라 장의 협연 소식에 21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티켓은 최고 40만원이라는 초고가에도 불구, 일찌감치 매진됐다.

러시아의 명장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빈 필의 명성도 대단했지만,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 사라 장의 협연이 티켓 판매에 큰 몫을 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라 장이 무대에 선 것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연주곡은 협주곡이 아닌 사라사테의 소품 '치고이네르바이젠'. 길이도 짧고 너무나 유명해 식상하기까지 한 레퍼토리였다. 그래서인지 세계 정상에 오른 사라 장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순식간에 사라 장의 화려한 연주가 지나가자 관객들은 아쉬움에 그를 네 번이나 무대로 불러냈지만, 사라 장은 빈 필 단원들 앞에서 홀로 앙코르 독주를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사라 장의 협연은 공연 주최사인 MBC와 빈 필의 계약이 이뤄진 후 뒤늦게 확정됐다. 그 때문에 한 달새 두 차례나 프로그램이 바뀌기도 했다.

사라 장은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 등을 원했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빈 필, 게르기예프와의 조율은 쉽지 않았고, 결국 모두에게 무난한 '치고이네르바이젠'이 낙점됐다.

한국은 클래식 시장 규모가 작고 기업의 후원이 부족해 외국에 비해 티켓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온 것은 단순히 사라 장과 빈 필의 이름값 때문이 아니라 그에 부응하는 공연 내용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21일 빈 필과 사라 장은 세계정상다운 호연을 했지만 흥행을 노린 주최측의 무리한 '스타 끼워넣기'는 관객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김지원 문화부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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