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치자금 편법 기부… 후원? 뇌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치자금 편법 기부… 후원? 뇌물?

입력
2006.09.22 23:53
0 0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받은 고액 후원금 기부자 명단이 공개될 때마다 대가성 뇌물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현행 정치자금법의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치 실현’이란 명분을 내걸어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법인이나 단체로부터의 후원금 모금을 금지하고 있고, 연간 500만원 이상 기부자에게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를 신고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상당수 기부자들은 직업과 주소를 누락하거나, 직업을 쓰더라도 ‘사업’, ‘회사원’, ‘자영업’ 등으로 애매하게 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법인이나 단체가 후원금을 내거나 인사권, 공천권 등을 매개로 후원금이 제공되더라도 마땅히 확인할 길이 없다.

기업의 편법 후원금

A시장에게 3,000만원의 후원금을 낸 G개발은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임직원이 각각 500만원씩 나눠 기부하면서 기부자 명단에 회사명을 기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소도 다르게 썼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들은 이 회사의 사장, 연구소장, 감사, 대리 등 임직원이었다. 이 회사 사장 전모(여)씨는 “3,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려고 했는데,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지난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여야 의원 5명에게 200만~3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직업란에 ‘두산그룹 회장’, ‘회사원’, ‘자영업’, ‘대한상의 회장’ 등의 각기 다른 명칭을 동원했다. 대한항공은 5명의 임원 명의로 여야 의원 11명에게 후원금 2,700만원을 기부하면서 ‘사업가’ ‘기업인’ ‘회사원’이라고 직업을 적었을 뿐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가성 후원금

A시장에게 직업을 밝히지 않은 채 5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돼 있는 김모씨는 확인 결과 시 산하 연구원의 원장이었다. 이 연구원의 인사권은 사실상 시장이 갖고 있으며, 김씨는 A시장 재임 시절 연구원장이 됐다.

E지사는 도 산하 문화재단 이사장과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부터 각각 100만원과 500만원을 받았다.

중앙선관위가 제출한 ‘2006 상반기 고액기부자 현황’에 따르면 여야 의원 21명은 자신의 지역구의 광역ㆍ기초의원이나 기초단체장 또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28명으로부터 각각 150만~500만원씩의 후원금을 받았다. 후원금을 낸 사람 가운데 16명은 5ㆍ31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돼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여당의 한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 직원들로부터 집단적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잠자고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안

후원금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병두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은 지난 4월 정치자금 고액 기부자의 명단과 기부 내역을 선관위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고, 고액 기부자의 인적 사항을 현행 ‘직업’에서 ‘소속 기관명’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정치자금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야 정당은 법 개정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동국대 정외과 박명호 교수는 “고액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100% 공개토록 해야 한다”면서도 “너무 심하게 규제하면 정치자금 수수가 더 음성화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므로 후원회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