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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말하는 美대학 '학위 장사' 실태/ 강의 한번 안 듣고도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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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말하는 美대학 '학위 장사' 실태/ 강의 한번 안 듣고도 '박사님'

입력
2006.09.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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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한번 듣지 않고 박사학위를 따낸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한국인을 상대로 학위를 남발한 미국 대학의 ‘엉터리 박사’와 관련, 전문가들은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는 한국어로 된 논문을 통과시켜 주는 대학도 적지 않다”며 “이들 대학은 학생들에게 교재를 나눠주고 공부를 시킨 뒤 리포트와 논문을 제출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돈만 내면 학위를 내준다”고 설명했다.

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 또는 ‘화상 강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델타 프로그램’ 방식의 학습교재를 통한 원격 강의를 하고 있다. 교재와 과제를 주고 ‘재택 학습’을 시킨 뒤 퀴즈 수준의 시험을 치러 학점을 주는 식이다. 일반적 의미의 강의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천경찰청에서 가짜 박사학위 사건을 수사한 퍼시픽 웨스턴대의 실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찰에서 이 대학의 브로커로 지목한 앤드류 전씨는 한국일보 LA미주본사와의 통화에서 ‘염증을 느낄 만큼’ 만연했던 학위 장사 실태를 털어 놓았다. 전씨는 200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 대학 국제담당 부총장(비상근)으로 재직했다. 그는 “한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학위 장사를 했다”며 “이 대학에는 미국인이 거의 지원하지 않아 가짜 학위 희망자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에 따르면 이 대학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본교 외에 하와이와 베트남 대만 등지에도 분교를 세워 학위 장사를 했다. 인천경찰청에 적발된 한국인 대다수는 하와이캠퍼스(아메리칸 팩웨스트 인터내셔널 대학)에 200만~1,000만원을 주고 박사학위를 받았다.학위심사에는 전씨도 참여했다.

‘미국 박사’ 수요는 넘쳐

미국대학 인증기관(CHEA)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엉터리 학위지만 ‘미국 박사’를 원하는 한국 내 수요자들은 넘쳐 났다.

퍼시픽 웨스턴대의 가짜 박사학위로 모 대학교수에 임용됐다 적발된 A씨는 ‘쉬운 학위 취득’ 신문 광고를 보고 먼저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서로 연락이 닿자 커피숍 등에서 학위 내용과 가격 등을 상의하고 가짜 학위증이 완성되면 비밀 작전이라도 하듯 지하철역 등에서 만나 돈과 학위를 바꿨다.

가짜 학위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대학 홈페이지를 직접 찾은 한국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경찰은 “브로커가 먼저 접근하기 보다는 학위를 얻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다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외국의 부실ㆍ가짜 대학 학위 장사가 판치는 것은 이를 가려낼 시스템이 없는 것도 한 이유다. 학사와 석사를 제외한 외국 박사만 1년에 2,000명이 넘지만 가짜 학위증을 내밀어도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고등교육법 상 외국 박사학위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된 학위인지 감별해 주는 ‘확인’제도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가짜 학위에 대해 수사할 때만 잠시 주춤할 뿐”이라며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엉터리 학위 장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한국일보 LA미주본사=김상목기자 sangmok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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