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기정부가 20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 체제로 굳어지면서 연내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외교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초 독도 영유권 분쟁과 같은 해 10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정상간 셔틀외교까지 중단되는 등 1년 이상 냉각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향후 관계 정상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좌우할 양국간 핵심 현안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정부는 이와 관련, “일본 지도층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때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일본측이 정상회담을 분위기를 해칠 ‘도발’을 하지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차기 총리가 될 아베 장관이 ‘가겠다, 가지 않겠다는 언명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만큼 현실적으로 행동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아베 장관이 향후 야스쿠니 참배에 나서지 않는 한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지난 4월 은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아베 장관이 올해 내 또 다시 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나 늦어도 12월 아세안+한ㆍ중ㆍ일 회의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아베 장관이 주도하는 평화헌법 개정 문제도 당장 정상회담 개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공명당과 연립정권인 만큼 자민당 독자적으로는 헌법 개정이 불가능하고, 관련 일정이 순항하더라도 실제 개정은 5~10년 정도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정상회담이 향후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돌파구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아베 장관을 굳이 따로 찾아 “한일 정부간 정상적인 교류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입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이 우리측 입장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대북 강경조치를 취하는 등 양국간 외교경색이 한반도 상황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장관 역시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취임 초기부터 해빙무드 조성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장관이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유연한 외교를 구사한다면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도 부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북 선제공격론을 내세우는 등 일본 지도층에서도 골수 보수로 꼽히는 아베 장관이 총리 취임 후 우파 색채를 강하게 드러낼 가능성도 적지 않아 양국관계는 극적인 화해보다는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스런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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