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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법원장 발언 파문/ 검찰 "유감" 표명 변협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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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법원장 발언 파문/ 검찰 "유감" 표명 변협 "사퇴하라"

입력
2006.09.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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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공기는 싸늘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은 변협과 대검의 입장 발표가 한 시간 간격으로 잇달아 나왔고 일선 검사, 변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아침부터 불쾌감이 잔뜩 묻은 대화가 오고 갔다. 사법시험 기수와 학맥으로 견고하게 엮여 있던 법조 3륜(輪)도 이날만은 금이 간 듯 했다.

포문은 변협이 먼저 열었다. 오전 변호사회관에 모인 천기흥 회장과 부회장, 상임이사 등 10여명은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어 이 대법원장을 성토했다. 대법원이 오전에 전체 발언의 취지를 감안해 달라며 대법원장 발언 녹취록까지 보내 이해를 구했지만 허사였다. 변협은 오후 2시40분 결국 ‘이용훈 대법원장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협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중 가장 강도가 센 것이었다. 그만큼 이 대법원장의 발언으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를 서류나 조작하는 집단으로 치부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불쾌해 했다. “이 대법원장도 변호사 시절이 있었는데 입장이 바뀌었다고 변호사를 이렇게 매도할 수 있냐”는 반응도 있었다. 변협도 성명서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법조 3륜이 유지해 온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정상명 검찰총장의 유감 표명은 이보다 늦은 오후 3시30분에 나왔다. 법조 3륜으로 함께 분류되곤 하지만 검찰의 지위는 이익단체에 가까운 변협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 총장의 발언 수위는 사태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오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근 대형사건 수사에서 잦은 영장기각으로 법원과의 물밑 갈등이 심각했던 터라 이 기회에 정 총장이 정면으로 대법원장과 대립할 것이라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 총장은 공보관을 통해 공식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혀 정면 충돌은 피해갔다. 그러나 정 총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지휘서신을 통해 좀 더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 총장은 서신에서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는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검사가 적법하게 작성하고 법률로 증거능력이 부여된 조서를 무시해버리라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말씀으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밀실수사’ 발언에 대해선 “국민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볼 때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파문 확대에 당혹해하면서도 ‘그렇다고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는 분위기였다. 오후 5시엔 공보관을 통해 대법원장 사퇴를 주장한 변협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경기조의 뒤에는 “법조 3륜이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자리잡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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