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 대한변호사협회, 이른바 법조의 세 수레바퀴는 같은 위치에 있는가.
법조계에서 ‘바퀴 논쟁’이 불붙고 있다. 지방 법원 초도 순시에서 법조계의 불문율로 자리 잡아 온‘법조 3륜(輪) ’개념을 부정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대법원장은 13일 광주고법을 방문해 “어떤 판사가 법조 3륜 이야기를 했는데 평소 제일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라며 “사법의 중추기관은 법원이고 검찰이나 변협은 보조기관”이라고 말했다. 사법부가 3륜 중에서 몸통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수장의 발언은 판사들에게는 법원의 위상 강화를 강조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과 변협의 고유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검사들과 변호사에겐 자존심을 구기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대법원장의 몸통 발언은 법원 검찰 변협이 법조 마차의 수레바퀴가 되어 사법작용을 이루어 간다는 전통적 개념을 깨버린 셈이다.
법원은 정작 대법원장의 말에 잘못된 점이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민주주의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와 행정부의 한 부처인 법무부(검찰)를 동렬로 놓을 수는 없다. 3부 요인과 행정부처 장의 관계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변협은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 검찰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사법부의 좌장으로서 대법원장의 위치를 누가 부인하겠느냐”며 “그렇지만 우리들이 너희들보다 높다, 낮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법조 3륜의 조직과 위상이 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그 의미도 ‘법조계의 세 축이 각각 별도의 역할이 있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원활한 사법작용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적어도 법조 3륜을 가지고 위상차를 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에 법조 3륜은 공감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조 3륜 각자의 역할 차이가 있지 않느냐”며 “대법원장의 진의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법원이 검찰이나 변호사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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