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경영'이 이젠 21세기 경영의 핵심 키워드이다. 과거 20세기에는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됐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물건은 물론 마케팅, 디자인, 연구ㆍ개발(R&D), 아이디어 등를 복합적으로 잘 해야 살아 남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 20일 미국 뉴욕에서 연거푸 '창조적 경영'을 강조함에 따라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창조적 경영'을 단순한 경영 훈시가 아니라 앞으로 삼성이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한 것에 견줄 만한, 또 한 번의 큰 질적 변화를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왜 이 시점에 '창조경영' 화두를 던졌을까? 사실 이 회장의 '창조적 경영'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미국에 체류중이던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 형태로 발표된 신년사를 통해 "삼성은 오랫동안 선진 기업을 뒤쫓아 왔으나 지금은 쫓기는 입장에 서 있다"며 "이젠 앞선 자를 뒤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 서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신년사는 삼성의 달라진 위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 동안 1등을 따라하는 모방 전략으로 성장했던 삼성이 이미 1등이 된 이상 다른 차원의 전략이 필요해졌다는 것. 이 회장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지적한 셈이다.
이 회장은 6월 독립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지금까진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해 올 수 있었으나 이젠 더 이상 다른 업체들을 따라가던 방식으론 성장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선두그룹에서 신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창조적 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적 경영'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이 회장이 다시 뉴욕에서 이를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창조적 경영'이 삼성의 새 경영 철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경영 화두를 제시, 삼성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왔다.
프랑프푸르트의 '신경영' 선언, 94년 3월 "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만명, 10만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천재경영론, 96년 1월 시나리오경영론, 97년 1월 스피드경영을 제시해 삼성은 물론 정ㆍ재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또 2001년 5월 강소국론, 2003년 12월 나눔경영론, 2005년4월 디자인경영론도 주목을 받았다.
삼성은 이 회장이 최근 제시한 '창조적 경영'과 관련, 천재급 인재육성 및 R&D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해외 우수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거나 R&D 투자를 더욱 늘리는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화두 경영은 삼성의 경영 체질과 문화, 사업구조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87년 이 회장 취임 당시 13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 매출액이 92년 35조7,000억원, 2002년에는 141조원까지 늘어난데서 잘 드러난다. 세전이익도 92년 2,300억원에서 2002년에는 1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신경영 10년만에 매출액은 4배, 이익은 62배가 커져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또 신경영과 나눔경영, 디자인경영론 등은 재계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 '창조적 경영'을 통해 또 한번 점프하려는 삼성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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