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상처투성이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20일 국제적 반미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부터 ‘악마’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반미동맹의 또 한 축인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악마가 어제 여기 왔었다”며 부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악마 외에 ‘거짓말쟁이’ ‘독재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한 뒤 “부시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세계의 주인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세계 인민들을 지배, 착취, 약탈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우리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칼과도 같은 (미국의) 이러한 위협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유엔 총회장에서는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렸고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할 때는 일부가 박수를 치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 대표단은 차베스 대통령의 연설을 듣지 않기 위해 기록관 1명만 남겨둔 채 유엔 총회장을 빠져 나갔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CNN 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 카에다 총책 오사마 빈 라덴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면 미군을 파키스탄에 투입, 그를 추적하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와 있던 무샤라프 대통령은 일언지하에 부시 대통령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주권을 이유로 반대해도 그렇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대답했으나 무샤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빈 라덴을 체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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