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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발언… 법원 vs 검찰·변협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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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발언… 법원 vs 검찰·변협 충돌

입력
2006.09.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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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3륜’인 법원과 검찰 대한변호사협회가 정면으로 치받는 양상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21일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라”라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19일 발언에 대해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비쳐질 수 있어 유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검찰총장이 대법원장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법 역사상 처음이다. 정 총장은 “듣기에 민망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고도 했다.

변협 역시 “법조 3륜이 유지해 온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격과 능력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까지 요구했다.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이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발끈한 것이다. `

대법원은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와 취지를 해명했는데도 변협이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법조계 갈등은 각자의 역할을 둘러싼 감정 싸움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입장 충돌이 가로놓여 있다. 검사의 수사기록보다 법정 진술을 중시해야 한다는 법원의 입장과 수사기록이 존중돼야 한다는 검찰의 논리가 맞선 결과다. 변협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역할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구속에 따른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발언을 특정 사건과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취임 이후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해 온 대법원장이 평소 지론을 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법원과 검찰은 공판중심주의를 놓고 빈번히 맞서 왔다. 공판중심주의는 “재판다운 재판을 해보자”는 법원 내부 자성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본격 논의가 이뤄졌다.

공판중심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04년 12월 대법원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대법원은 수십 년간의 판례를 변경,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했는데도 이를 증거로 인정해 유죄로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이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이미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수사권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는 이듬해 검찰이 법원에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후 대법원의 사법개혁 과제를 넘겨 받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적극 추진했다. 검찰은 반기를 들었다. 검찰 수뇌부는 물론 평검사들도 이례적으로 회의를 열어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의 고삐를 단단히 조였다. 법원이 검찰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는 뜻을 법관들에게 설파했다. 피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자체 노력을 기울여 온 검찰로서는 반가울 리가 없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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