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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현정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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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현정 파문

입력
2006.09.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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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아나운서가 재벌집 며느리가 되면서 KBS에서 사직했다. 경사와 유감이 교차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작은 파문이 일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십으로서가 아니라, 세미나 등을 통해 사회학적으로 접근되는 점이다. 노 아나운서는 인기가 높았다. 아이들은 시험 때도 한사코 심야 프로그램인 '상상 플러스'를 보려고 했다.

못 보게 하려다가 오히려 식구가 모두 보기도 했다. 물론 이 프로가 그의 매력 덕분에 인기가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발랄한 개그맨 가수 등의 재치가 뜨거웠고, 노 아나운서의 차가운 듯한 균형감이 대비를 이루며 재미를 고조시켰다.

▦ 연예 프로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언론인인가, 연예인인가. 아마 그 경계인일 것이다. 최근 'KBS와 여성방송인의 유리천장'이라는 포럼에서는 먼저 여성 아나운서 상당수가 연예오락 프로에 투입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현실이 지적되었다.

하지만 결국 이런 경향은 전문성을 키우는데 독이 되며, 여성 아나운서의 앞날에 족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 여성 아나운서들이 젊음과 미모가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점차 화면에서 사라지는 데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 '유리천장'은 여성이 열심히 근무하지만, 어느 땐가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유리천장이 머리를 누르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현실을 말한다. 외모지상주의에 함몰돼 있는 TV가 젊은 여성 아나운서만을 선호하면서 빚어지는 폐해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미치고 있다.

아나운서라는 직종 자체가 젊은 여자의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실력 있는 남자 아나운서의 설 자리가 좁아짐으로써 남자가 반대로 성차별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 요즘은 위성TV 덕분에 일본 NHK 뉴스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뉴스의 여성 아나운서는 오랜 경력으로 원숙하고 신뢰감을 준다. 전에 영국에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점은 TV에서 임신한 기상 통보관과 리포터들이 맹활약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은 루키즘의 폐해를 막아줄 뿐 아니라, 국가의 출산율 저하를 막는 데도 한 몫을 단단히 할 것 같다. 우리 TV에 임산부 리포터나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날은 언제쯤일까. 노현정씨를 TV에서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아나운서 사회나 후배 여성을 위해 그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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