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6시 제주 북제주군 한림읍 한림항 수협공판장. 제철이 시작된 갈치잡이로 밤을 꼬박 새우고 귀선한 어부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싱싱한 은갈치를 부려내면서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됐다.
그냥 보기에도 살이 많고 은빛이 두드러지는 최상급 갈치들이지만 경매인들은 이 중에서도 최고를 선별해내느라 여념이 없다. 중매인들 틈바구니에서 갈치의 상태를 관찰하는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 구매담당자 이재우(37) 씨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이 씨는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갈치는 한 마리에 700g이 넘는 최상급 제품들로만 구성된다"며 "함량미달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5마리 정도만 담으면 10㎏짜리 상자에 가득찬다"면서 "하지만 오늘 서울로 붙인 갈치가 10상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최고급 갈치의 양은 많지 않다"고 했다.
공판장에서 구매한 갈치는 현장에서 스티로폼 상자로 포장돼 제주공항으로 보내진다. 이 상자들은 운송과정에서 갈치가 손상되지 않도록 당시 특수 제작된 용기에 담겨 비행기에 실린다. 서울로 공수된 갈치는 이날 오후 3~4시께 신세계 본점과 강남점, 타워팰리스 지하의 스타수퍼 등의 매장에 진열된다.
신세계는 제주지역의 수산회사로부터 갈치를 구입하는 일반 유통업체와는 달리 현지에서 직접구매방식을 택해 가격과 신선도에서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갈치가 어느 어선에서 출하된 것인지 추적이 가능해 안전성도 뛰어나다"며 "이처럼 생산이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갈치, 고등어, 육류 등 제품을 '그린스타'라는 이름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는 특히 업계 최초로 초고가 상품인 활전복을 당일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 마라도 인근에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활전복을 제주지역 어촌계와 연계해 매입한 뒤 서울로 보내고 있다.
신세계는 이 가운데 한 마리에 600g이상 나가는 초대형 전복만을 엄선, '파이브스타' 브랜드를 붙여 매장에 내놓고 있다. 파이브스타 전복은 한 상자(2마리)에 30만원선에서 거래될 정도로 고가이지만, 매장에 진열되기 무섭게 VIP고객의 표적이 되고 있다.
태풍의 탓이었을까. 워낙 큰 전복만 취급하다 보니 이날 수매한 전복은 겨우 10상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품의 양에 상관없이 항공편으로 서울로 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인지 생각만큼 마진이 높지 않다는 것이 신세계측의 설명이다.
이 씨는 "서울의 고급 일식집이나 횟집의 경우 산지 직송으로 당일 배송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에서 이런 배송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며 "요즘은 고급 횟집에서도 백화점에 물건을 구하러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