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위원들이 자체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관련 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고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4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당 의원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국민연금의 개혁은 하루 지연될 때마다 800억원씩 잠재부채가 쌓이는 발등에 불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논의를 기피해왔다. 보다 못한 민간 연금전문가 37명은 2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하라고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이 내놓은 안은 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의 땜질식 처방이다. 이 안은 현재 급여의 9% 수준인 보험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60%에서 50%로 내린다는 내용이다.
정부안에서 보험료를 9%에서 15.9%로 올리는 부분만 뺀 셈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초노령연금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전체 노인의 60%에 매달 7만~10만원의 연금을 주기로 했다.
여당의원 안은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의 틀을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대폭 후퇴시키는 '개악'이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2047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고갈시기를 2052년으로 5년 늦출 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입자의 저항을 가져올 보험료 인상을 덮어두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엉터리 개혁안을 내놓은 여당 의원들도 문제지만, 당정협의를 하면서 만류하지 않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정치감각이 뛰어난 유 장관이 묵시적으로 동조했다는 의심이 든다.
국민연금은 정파적 이해를 따질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얄팍한 계산으로 개혁을 늦추거나 시늉만 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온다. 정부와 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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