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8월 시 장원에 이경후(보성고)군의 ‘바람소리’가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임국영(대부고)군의 ‘퇴실’, 비평ㆍ감상글 부문에는 강수진(진주제일여고)양의 ‘설득의 심리학을 읽고’, 생활글 부문에는 송슬기(만덕고)양의 ‘눈과 마음을 다치고 궁예가 되어버린 난장이’가 각각 장원으로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 바람소리 / 이경후(보성고)
불경기에는 공장들이 돌아가지 않는다.
바람과 악수하고픈 여름
아버지와 함께 온 곳은
백합이 검은 천들에 숨막혀
친구 찾아 헤맨다.
가는 내내 눈물만 글썽이다
눈물은 오고간데 없고 문밖에서만 서성이며
멀리서, 작업복 입은 아저씨 사진 한번 보시더니
울부짖는 담배연기 한가득 올리신다.
문 사이로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해 서로 바라만 본다.
바람이 불어 한번 와락 껴안았으면 하는
아버지의 짝퉁바람소리공장만
불경기인지도 모르고 자꾸만 돌아간다.
▲ 심사평
이경후군의 ‘바람소리’는 어느 공장 노동자의 장례식에 간 이야기입니다. 시적 정황이 모호한데도, 죽은 친구 영정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슬픈 장면이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개인적인 슬픔이 불경기의 공장이라는, 사회 비판적인 바탕 위에 그려지고 있어 더욱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윤설 (시인, 글틴 게시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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