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물컵이 없네?”
지난 휴일 모처럼 들른 친구집. 늘 물컵으로 쓰던 주황색 플라스틱 컵이 안보여 무심코 물었더니 몽땅 치웠단다.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경고한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보고 마침 만성생리통 환자였던 이 친구, 초등학생인 외아들까지 생각해서 플라스틱 용기들을 아낌없이 버렸다나. 덕분에 깨지기 쉽다는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던 도자기 용기들이 선반위에 빼곡이 전진배치됐다. 도자식기, 너 반갑다!
도자식기는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에는 다소 맞지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일단 무거운데다 깨지기 쉬워서 가격에 비해 실용성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누구나 고급스러운 도자 식기 서너 세트쯤 장만해놓고 있으면서도 정작 장식장 한 켠을 지키면서 특별한 행사때나 잠깐 빛을 보는 경우가 다반사.
그러나 실용성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앞설 수는 없는 일. 플라스틱 용기의 환경호르몬 논란이 불거지면서 도자식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자식기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사용했던 토기(흙으로 빚은 그릇)중에서 용기 표면에 유약을 입힌 제품을 통칭한다. 천연 재질인 흙으로 만들어진데다 워낙 고온에서 구워내 전자레인지나 열에도 강하다. 그러나 무겁고 깨지기 쉬운 데다 플라스틱류에 비해 성형이 자유롭지 못해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 등은 단점.
그러나 단점 보다는 장점이 앞선다. 우선 도자기류는 열을 가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않아 인체에 무해하며 기공이 있어 음식이 비교적 오래 신선도를 유지한다. 도자기로 만든 쌀독에 쌀을 두면 벌레와 습기 걱정이 없는 이유다. 원료인 흙 속에 섞인 여러 가지 광물질 성분은 음식물의 성분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음식 맛을 좋게 한다. 또 도자기의 유약은 열전도를 막고 전기의 흐름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도자식기에 곱게 담은 음식들은 한결 맛깔스럽고 식탁 위에 정감을 더해준다.
도자식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구입과 사용에 있어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도자식기 전문가 김동성씨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제품 중에는 재질이 100% 흙이 아닌 것들도 꽤 된다”며 “가능한 도자식기 전문회사나 도자공방에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공방에서 제작하는 제품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세트상품이라고 해도 약간씩 마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지름이 20cm 이상 되는 접시류의 경우 눈높이로 들어서 접시 끝의 수평선이 고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휨 현상이 지나친 것들은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
도자식기 중에서 금칠이나 은칠 등으로 세부 장식이 있는 경우 식기세척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장식부분이 떨어져나가는 등 손상이 될 수 있으므로 손세척이 필수. 도자식기는 전자레인지나 오븐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열에 강하지만 불꽃이나 화기에 직접 접촉하면 파손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둘 사항이다.
오랜 기간 사용한 도자식기 중에는 표면에 살짝 금이 가면서 음식의 물이 들어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도자 식기 애호가들은 세월 따라 곰삭아서 용기 바닥에 자잘한 금이 간 도자기를 으뜸으로 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할 때는 식용소금을 묻힌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아주거나 중성세제를 넣고 그릇을 삶아주면 된다.
마침 이 달은 국내 최대규모의 도자식기 종합박람회가 열린다. 28일~10월 2일 서울무역전시장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지는 제 3회 토야 테이블웨어 페스티벌이다. 일반인과 도자기 마니아들이 참여한 ‘오방색 도자 테이블웨어’ 공모전 선정작품과 도자식기를 이용한 테이블 데커레이션 등 다양한 전시와 함께 이천 여주 광주 등 국내 유명 도자생산지에서 공수된 도자식기들이 현장에서 판매된다. 플라스틱 대신 도자식기에 꽂혔다면 우리 전통 식기류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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