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수호신’ 오승환(24)은 2005년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강타했다. 그로부터 꼭 1년 뒤. 혜성처럼 나타난 한화의 ‘괴물 신인’ 류현진(19)이 몰고 온 ‘대전발 태풍’이 또 한번 거세게 몰아쳤다. 그리고 2006년 9월20일. 한 날 한 곳에서 만난 이들에 의해 한국 프로야구 25년 선발과 구원의 마운드 역사가 동시에 새로 쓰여졌다.
오승환은 한 시즌 최다 세이브(43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했고, 류현진은 20년 만에 프로야구 신인 최다승 타이 기록(18승)을 작성했다.
오승환은 20일 대구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5-3으로 앞선 9회 등판, 3타자를 깔끔히 처리하며 시즌 43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이로써 오승환은 2000년 두산 소속이던 진필중(LG)이 세운 42세이브를 넘어 국내 프로야구 구원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오승환은 앞으로 세이브 4개만 추가하면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이와세(주니치ㆍ46세이브)의 기록마저 갈아치우고 아시아 ‘지존’의 자리에 올라선다. 선두 삼성은 2차전에서 3-3으로 맞선 7회 4번 양준혁의 우월 결승 1점 홈런 등에 힘입어 한화를 5-3으로 이기고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넘버를 ‘6’으로 줄였다.
1차전은 류현진을 위한 무대였다. 류현진은 선발 7과3분의1이닝 동안 7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8승(6패) 고지를 밟았다. 이로써 류현진은 지난 86년 신인으로 18승을 올린 김건우(당시 MBC)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92년 염종석(롯데)이 기록했던 고졸 신인 최다승(17승)도 갈아치웠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종전 2.27에서 2.19로 크게 끌어내렸고 탈삼진 3개를 추가하며 196개를 기록, 지난 91년 선동열(당시 해태) 이후 처음이자 신인 최초의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한발 더 다가섰다. 또 지난 96년 주형광(롯데ㆍ221개) 이후 10년 만의 한 시즌 토종 투수 200탈삼진에도 4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날까지 193과3분의1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신인 최초의 ‘200이닝-200탈삼진’에도 바짝 근접했다. 특히 이날까지 삼성전에서만 6경기에 등판해 5승 무패에 탈삼진 41개를 잡아내며 ‘사자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앞으로 2승을 보탤 경우 지난 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명맥이 끊긴 선발 20승 투수 계보를 11년 만에 잇게 된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어제 졌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기록이나 타이틀보다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의 호투를 등에 업은 한화는 1차전을 2-0으로 이겼다.
수원에서는 2위 현대가 SK를 4–0으로 이기고 삼성과의 승차를 2.5경기로 좁혔다. 현대 선발 전준호는 7과3분의1이닝을 6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4승(3패)을 올리며 다승 단독 3위로 올라섰다.
부산=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수원=이상준기자 jun@hk.co.kr
잠실=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대구=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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