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전후 출생 총재로서 개혁의 불꽃, 개혁의 횃불을 이어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5년 5개월 만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재에 이어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다짐이다.
52세로 전후 최연소 자민당 총재, 일본 총리의 기록을 세우게 된 그는 시종 여유 있는 표정으로 이날 선거를 치렀다.
후계자 아베에게 무사히 당권과 정권을 넘겨준 고이즈미 총리는 “승리를 마음으로부터 축하한다”며 “나도 여러분과 같이 아베 새 총재를 받들어 당이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원들에게 다짐했다.
아베는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수 702표 중 464표(66%)를 얻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경쟁자였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성 장관은 각각 136표(19.3%)와 102표(14.5%)를 얻었다.
당초 70% 이상의 압승을 예상했던 아베 진영으로서는 이날 선거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아베가 얼마만큼의 지지로 승리할까 하는 것일 정도로 승부는 이미 정해졌었다. 당내 관계자들은 “당원들의 밸런스 감각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보수 강경으로 일관하고 있는 아베 노선에 관한 반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역대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기록된 최대 지지율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가 당선한 1995년의 77.7%이다.
반면 아소, 다니가키 양 후보는 상대적으로 매우 선전했다. 특히 아소 장관은 아베 신 정권의 ‘단명 괴담’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아시아외교와 소비세 인상 문제 등에서 아베와 대결자세를 취했던 다니가키 장관은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출마를 포기한 같은 노선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의 지지세력을 흡수하지 못해 득표율이 낮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가 자민당의 제21대 총재로 선출됨으로써 비(非)도쿄대 출신 총재가 13년째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3년 선출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총재를 마지막으로 최고명문 도쿄대의 명맥은 끊겼다는 것이다. 이후 하시모토 류타로(게이오대)-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ㆍ와세다대)-모리 요시로(森喜朗ㆍ와세다대)-고이즈미 준이치로(게이오대)로 이어졌고, 이번에 세이케이(成蹊)대학 정치학과 출신인 아베가 총재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아베는 생일을 하루 앞두고 치른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했고 26일 임시국회에서 다수당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의원들의 찬성투표로 총리에 등극할 예정이어서 최고의 생일을 맞은 셈이 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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