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일 재판관 회의를 열어 가장 선임인 주선회(60ㆍ사진) 재판관을 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전효숙 소장 내정자 임명 동의를 둘러싼 국회의 파행으로 소장 공백이 장기화한 데 따른 것이다. 1988년 헌재가 출범한 이후 소장 권한대행이 선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 재판관은 “헌재가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소장이 공석으로 있더라도 재판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재판관은 이날 오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밖에서 소장 공백을 많이 걱정하는 것 같은데 재판이 파행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한미FTA의 위헌 여부 심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평상시와 같이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걱정을 안 끼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 재판관은 “전 내정자 임명 동의 사태 이후 헌재가 내린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재판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 재판관은 그러나 “소장 공백이 더 장기화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형태로든 조기에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 헌재에 몸 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심정”이라고 했다.
주 재판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 헌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 재판관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기도 했다.
새로 구성된 헌재는 다음달 첫 평의(評議)를 열고 사건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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