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세 차례 열린 국회 본회의에 동의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민생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또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도 장기화하고 있다. 헌법학자 등 각계 인사 7명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이들의 의견은 대체로 ‘깔끔하게 새 출발하자’는 것으로 모아졌다. 다만 새 출발의 방법을 놓고는 법 절차에 따라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것과 전 내정자의 자진 사퇴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헌재소장의 6년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청와대가 처음부터 무리수를 둔 잘못이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전 내정자가 스스로 용퇴하는 길밖에 없다. 헌재의 권위를 지키고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라도 전 내정자 스스로 물러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소장에 임명된다 한들 과연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헌법학)= 법 규정 절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절차를 취소하고, 실정법 규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인사청문을 거쳐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그 다음에 헌재소장 임명동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으면 간단하다. 청와대는 헌법재판관 동의안과 함께 헌재소장 동의안도 다시 제출하면 된다. 헌재소장 동의안도 꼬일 대로 꼬여 버렸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이번 사태가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이 동일인일 때 인사청문회를 함께 할 거냐 따로 할 거냐의 문제에서 불거진 만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룰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전 내정자의 사퇴 또는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절차 문제를 먼저 치유한 뒤 여야가 표결에 임해서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전 내정자가 사퇴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들과 관련해서 잘못된 문제인 만큼 사퇴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하고, 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에 이르는 절충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헌재소장이라는 직책으로 볼 때 노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 여야의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민경식 대한변협 법제이사(변호사)= 당초 보수적 성향의 판결을 많이 했던 분이 현 정부 들어서는 친(親) 정부 일색의 결정을 내놓았다. 또 헌재소장 임명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본인이 스스로 검증 못했다는 점도 헌법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역량 부족이므로 전 내정자의 사퇴가 최선이다. 임명 절차를 다시 진행시키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다.
▦민경한 민변 사법위원장(변호사)= 절차상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청와대가 잘못을 시인했고, 또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다시 제출키로 했다. 따라서 절차적 미비는 해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 때문에 국회가 법 절차에 따라 동의안을 상정하고 표결하면 된다. 헌재소장과 재판관 청문 절차 문제는 해석상 다툼이 있는 문제이므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입법적 불비를 면밀히 챙기지 못한 청와대와 이런 부분을 보완하지 못한 국회에 책임이 있다. 전 내정자 개인 문제가 아닌데도 국회가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는 것은 잘못됐다.
법사위를 거치라는 것은 형식적 논리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여야가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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