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 새로운 노동단체인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을 만든다. 권용목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양대 노총과 노선을 달리한 보수 노동단체의 탄생인 셈이다. 기존 노동운동의 과격성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시민들이 반색할만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귀가 솔깃해지는 출범 목표와 달리 신노련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권 대표는 이 단체의 출범 소식을 일부 보수신문에만 알렸다.
23일 출범식을 앞두고 자기 입맛에 맞는 언론만을 상대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사화합과 통합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분열된 노동판을 혁신하겠다는 단체의 모토가 무색할 지경이다.
한 시민은 "노동판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정치권의 보수ㆍ진보 편가르기 구태를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보니 정말 실망"이라고 말했다. 신노련의 구태에 보수를 표방하는 노동운동이 있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를 나타내는 반응도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신노련이 다가올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권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를 도운 뒤 노동계와 정치판을 떠났다가 대선을 1년여 앞둔 지금 "자본가는 타도의 대상이 아니다"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기치를 들고 홀연히 나타났다.
출발부터 내편 네편을 가르는 신노련이 "위기에 빠진 노동현장을 구하려고 출범한다"는 명분에 충실할 수 있을까. 정치적 이해 없이 출범한다는 그들의 강변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김일환 사회부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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