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민은 군부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콕 시민 수백명은 쿠데타 이틀째를 맞은 20일 삼삼오오 카메라를 들고 나와 정부청사 인근에 배치된 탱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정부청사 인근에 배치된 20여대 탱크의 포신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에게 충성한다는 의미로 노랑색 리본이 장식됐다.
청사 주변의 상가와 술집들도 쿠데타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관광객들로 붐볐다.
외국인 아파트 단지 매니저인 50대 여성은 “국민의 절대적 충성과 존경을 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이 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디페인팅 가게를 운영하는 용 수파차이(29)는 “쿠데타로 경제와 관광산업 등 태국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데타 주동 세력인 ‘민주개혁평의회’는 20일을 공휴일로 지정, 모든 관공서와 학교, 은행,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았다. 또 소요 사태를 우려해 학생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종용했다.
이번 쿠데타 과정에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한국교민과 한국 여행객들의 피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교민들은 정국 불안으로 경제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유엔총회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탁신 치나왓 총리는 귀국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총리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수라퐁 수업웡리 대변인은 “탁신 총리는 조만간 어디로 갈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신 총리는 쿠데타가 발생하자 19일 밤 ‘채널 9’에 녹음된 목소리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는 현재 유엔 총회 연설을 취소한 뒤 뉴욕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내 포트자만은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19일 밤 싱가포르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은 민주적 방법,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항상 지지해왔다”며 “태국 국민은 지난 10여년간 국왕의 지도 하에 굳건한 민주주의를 확립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질서를 회복해 민주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서방 각국은 태국 군부 쿠데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태국 국민들이 민주적 절차와 법에 따라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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