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9일 뉴욕에서 개막된 유엔 총회에 참석, 수시간을 사이에 두고 행한 개막 연설을 통해 격돌했다. 이들이 유엔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연설 때 유엔 건물 밖으로 나가버린 데다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아 둘의 대면은 불발에 그쳤다.
이날 오전 연설한 부시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으로 이란의 현재 지도자들을 공격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 국민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자격이 있다”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이란 지도자들이 국민의 자유를 부정하고 국가의 자원을 테러리즘 및 극단주의 지원과 핵무기 추구에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이란이 진정으로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TV 황금시간대에 연설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 ‘이라크 점령자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미국의 이라크전 정책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CNN 등 주요 TV 방송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패권주의와 위선에 가득찬 점령자들은 이라크의 폭력을 종식시킬 정치적 의지와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이라크에 계속 남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 폭력사태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 등을 겨냥, 일부 강대국들이 유엔 안보리를 ‘위협과 강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해 “투명하고 평화적”이라고 주장한 뒤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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