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됐다. 일본 국회 의석 분포로 보아 그는 다음주 일본의 새 총리가 된다.
일찌감치 예상된 그의 정권 인수를 두고 그 동안 많은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집안 내력, 즉 일제 만주침략의 핵심 인물로 A급 전범이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라는 점이 우선 지적됐다.
전후 일본 보수정치의 기틀을 닦은 기시 전 총리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더 직접적인 우려는 길지 않은 정치 경력을 통해 그가 드러낸 성향 때문이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적극적 공감을 표한 것은 물론 이른바 '자학사관'의 탈피를 강조해 왔다.
총재 선출 과정에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그 동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확신범적 찬성을 해왔다. 지도자의 역사인식이 일본 국민에 미칠 영향이나 한일 관계가 주로 역사인식 문제로 비틀거려온 경험으로 보아 양국 관계의 장래에 우려를 던지고도 남았다.
그는 또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정치ㆍ군사적 발언권을 가지는 '보통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가감 없이 밝혀 왔다. 자위대의 법적 지위 현실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과 관련한 개헌 의지도 분명하다. 주변국의 우려를 굳히고, 확대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아베 총재 개인의 성향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데는 의문을 느낀다. 정치인으로서 아베 총재는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나 아베 신타로 전 외무성 장관의 아들이기 이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후계자다. 대부분의 정책은 고이즈미 노선을 이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가 이끌 일본이 새삼스럽게 제기할 우려는 상정하기 어렵다.
또 정권 인수기 특유의 부분적 속도ㆍ강도 조절 기회를 살려 한정적 범위에서 야스쿠니 참배 문제 등을 잠정 해결하거나 보류할 수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무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낱 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지금은 선입견을 내세울 게 아니라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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