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는 괴력을 발휘했던 영화 ‘괴물’이 해외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250개 극장에서 개봉한 ‘괴물’은 첫 주 박스오피스 7위를 차지했지만 둘째 주에는 10위로 주저앉았다. 기대를 모았던 홍콩(14일 개봉)에서도 첫 주 5위에 머물렀다. 태국(7일 개봉)과 대만(15일 개봉)의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7일 개봉)에서 첫 주 2위를 차지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특히 한국영화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는 아시아 최대 영화시장 일본에서의 참패는 충격적이다. 개봉전 일본 분위기는 ‘괴물’에 우호적이었다. 일본영화평론가들의 ‘괴물’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고, 야후재팬과 아사히TV가 공동 조사한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괴수 영화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제작사 청어람은 “결과가 개봉전 분위기와 너무 달라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괴물’의 가장 큰 패인은 성급함. 특히 일본은 개봉 전 최소 6개월 동안은 홍보를 해야 하는 시장인데 너무 급하게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청어람의 김태완 팀장은 “칸영화제의 좋은 반응만 믿고 너무 서두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마니아층과 한국영화 팬들의 감수성을 건드리지 못한 것도 주요 패인이다. 괴수영화의 장르를 비트는 ‘괴물’에 마니아들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한국형 순정 멜로를 사랑하는 여성 관객들도 장르적 특성 때문에 ‘괴물’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매력을 잃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됐다.
그러나 ‘괴물’의 해외 시장 성공 여부를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괴물’의 해외 배급을 담당하는 씨네클릭아시아의 지상은 팀장은 “대만 태국 등은 우리와 달리 장기 상영하는 구조다. 아직 개봉 초반이니 한달 정도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괴물’은 11월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에서 개봉하며, 내년 1월에는 미국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19일까지 1,294만 관객을 동원해 1,300만명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배급사인 쇼박스는 “평일에도 1만명이 꾸준히 극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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