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침몰’이 일본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100만 관객 고지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일 93만 관객을 넘어섰고, 역대 일본영화 한국시장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일본영화가 동원 관객 10만을 넘기기가 힘든 현실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300만명) 이후 무려 20개월 만에 터트린 대박이다. 홍보 담당자의 말처럼 반일정서를 자극하는 제목 덕을 톡톡히 본 결과다.
‘일본침몰’이 한국시장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동안 이 영화를 패러디한 ‘일본이외전부침몰’(日本以外全部沈沒)이 일본에서 잔잔한 흥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이외…’는 ‘일본침몰’이 처음 만들어진 1973년 소설가 쓰쓰이 야스타카(筒井康隆)가 영화를 보고 쓴 동명의 패러디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대지진에 의해 서서히 일본이 침몰하는 과정을 다룬 ‘일본침몰’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상정해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원인 모를 천재지변으로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가 침몰한다. 세계 각지에서 난민들이 배를 타고 몰려들면서 일본은 대혼돈에 빠진다. 대책 마련에 나선 일본 정부는 엉뚱한 퀴즈를 내고 이를 풀어낸 외국인에게만 상륙을 허가한다.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아놀드 슈와제네거 등 유명 인사들도 난민들 틈새에서 살아 남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저 웃고 즐기자는 패러디 영화의 전형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외…’는 제작비가 ‘일본침몰’(20억엔)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예산 영화로 2일 도쿄의 한 소극장에서 단관 개봉해 1일 1회만 상영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패러디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연일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일본의 저예산 패러디 영화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일본이외…’에서 독도를 비롯해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댜오위다이(釣魚臺) 등은 침몰하지 않는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선언하는 셈이다. 영화 속에서 한반도가 가라앉는 설정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확실하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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