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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성을 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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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성을 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입력
2006.09.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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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집단적 광기일까? 한 동네에 사는 25세부터 73세까지의 남성 53명이 성을 샀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마도 성을 사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나보다. 아니 '내 돈' 가지고 '성을 팔고 있는 여자'를 사는 것쯤은 동네에서 서로 눈감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남성의 성적 욕구는 여성과 달리 매우 강렬해서 반드시 해소시켜야 했을까? 그러나 남성들이 성적 욕구를 조절하지 못해서 성을 사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성을 '쉽고, 간단하게, 거리낌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구매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성 구매에 대한 보이지 않는 동맹과 관용이 문제이다.

성을 사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지 않는 한 성은 계속 팔릴 것이다. 머리카락에서부터 각종 장기와 난자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것도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성이 팔리지 않을 이유는 없으며, '이미 팔리고 있는 성'을 사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돈으로 교환되는 성은 단지 성기만은 아니다. 성구매자에게는 '그 시간 동안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암묵적 승인이 주어진다. 따라서 성을 파는 자의, 한 개인의 '자유'가 판매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여성의 성만이 팔리기 때문에 '여성은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지속시킨다. 이것이 필자가 성을 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성매매를 금지하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흘렀다. 애초에 지니고 있던 한계와 여러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성매매가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져가고 있다. 또 그 일을 그만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여성들도 많다. 그러나 '성을 사는 것'에 더 집중해서 반대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성구매 남성과 알선업자만 처벌하는 법의 시행에 대한 것이다. 반면 현재도 성을 파는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은 보호하고 일정기간 동안 지원해야 한다. 이것은 성매매방지법과 모순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성을 파는 일을 영속시키기 위해서 성판매여성을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을 파는 일이 일시적인 일이 되어 언젠가는 그만둘 수 있도록 성구매의 문제에 먼저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성구매 불법화를 위한 강력한 처벌만을 주장해서는 반발이 클 수 있다. 또 법이 강력할수록 그 법을 조롱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운만 좋으면 그리고 다른 남성들이 공모만 해주면 성을 산 남성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을 강력하게 시행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성구매에 대한 욕망 다스리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성적 욕망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남성중심적인 이 사회가 성적 욕망을 만들고 있다. 어떤 사회를 만드느냐에 따라 성적 욕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를 하지 못하게 하면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것은 내가 사회에 의해 휘둘리는 무의지 척수동물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남성들이여!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무의지 동물이 될 것인가? 남성들에게 성을 사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강력한 말걸기가 필요하다.

변혜정ㆍ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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